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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6. 2024

스토리 전개를 뛰어넘는 위대함,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이다. 1880년 발표했고 속편 격인 작품의 1부를 기획했지만, 다음 해 여동생과 상속 문제로 다툰 후 각혈하면서 폐동맥 파열로 숨졌다. 1821년에 태어났으니 딱 60년을 살다갔다. 


고전, 명작으로 꼽히면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논문과 감상을 남긴 만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터이다. 그 가운데서도 나는 이 작품을 제목 그대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성격과 그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 그리고 조금은 불분명하고, 앞의 3형제들이 형제로 인정하지도 않았겠지만 표도르의 사생아이므로 형제로도 묶일 수 있는 스메르쟈코프를 중심에 두고 정리해보려고 한다. 

소설 속에서 카라마조프 가의 3형제에 대해 가장 간략히 정리하고 차이를 지적한 인물은 재판정에서의 검사다. 드미트리에 대한 재판에서 검사는, 이반은 ‘유럽주의’, 알렉세이는 ‘민중적 근원들’을 대변하고, 드미트리는 ‘러시아 자체’를 대변하는 듯 하다고 한다. 이 표현이 3형제를 정확히 상징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는 도스트예프스키의 의중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나는 거기에 보태 야생의 날 것 같은 드미트리, 이성주의에 경도된 이반, 종교적인 알렉세이를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강조되기도 하고, 또 변하기도 하는 것을 눈여겨 보았다. 드미트리의 날 것 같은 모습은 유죄 선고를 받고는 기가 꺾이고, 이반의 이성주의는 ‘죄’에 관한 각성 때문에 병을 얻으며 나약해지고 만다. 알렉세이는 가장 건강한 인물로 그려지고, 도스토예프스키는 후속작에서 그를 혁명가로 그리려고 했다고 한다. 그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점점 민중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는 내내 음울하다. 어머니를 죽이면서 태어난, 삶의 질곡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끝내는 자신마저 죽이는 삶을 살았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영리한 머리를 지녔지만, 검사는 그를 백치라고 부른다. 그건 그의 신분과 관련된 것이었고, 아마 당시 러시아의 신분적 사회가 신분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보인다. 스메르쟈코프야말로 자신의 진짜 정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음울과 어둠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 형제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란 소설은 어쩌면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다투고, 형의 약혼녀를 사랑하고, 태생이 불분명한 이가 있고, 친부 살해가 벌어지고...), 인간의 심리가 깊으면서도 변화무쌍하게 묘사되고, 작가의 철학적 견해가 짙게 배어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토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스토리의 전개 자체를 훌쩍 뛰어넘는 위대한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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