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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6. 2024

'죄'의 의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3』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민음사) 3권, 마지막 권은 온전히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중심 이야기는 친부 살해의 혐의를 받고 이송된 드미트리(미챠)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에 대한 재판 전후 과정과 장면들이다. 앞서 살인의 장면을 건너뛰면서 독자들에게 정말 살인범이 누구인지를 모호하게 설정한 도스토예프스키는 4부에서 그 전모를 밝히고, 재판 과정을 소상히 보여준다.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는 둘째 이반과 하인이자 사생아 스메르쟈코프의 대화에서 밝혀진다. 이반은 형이 진범이라고 여겼으나 스메르쟈코프와의 이전 대화를 기억해내고, 사건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대화 끝에 사건의 진상을 알아낸다. 그런데 그 사건의 진상에는 자신의 ‘죄’도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병을 얻게 된다. 그리고 재판을 하루 앞두고 스메르쟈코프는 자살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묻어버리고 만다. 


재판에서는 검사와 변호사의 논거가 길게 이어진다. 검사는 여러 증언과 함께 심리적인 증거를 내세우며 살인범으로 드미트리가 확실하다고 주장한다(그는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반면 유명 변호사인 페츄코비치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낱낱이 반론을 펴면서 방청객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눈물까지 자아내게 한다. 드미트리가 범인이라는 심리학적 증거는 똑같이 드미트리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도 될 수 있는 거였다. 그러나 배심원들의 판단은 ‘유죄’였다. ‘오심’이었다. 


소설의 줄기가 되는 이야기는 이것이지만 그 앞과 뒤에는 일류세치카(일류샤)라는 소년을 둘러싼 이야기가 있다. 카라마조프가에 관한 이야기와는 다소 이질감이 드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도스토예프스키의 개인사와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자식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럼에도 살아 있는 자식들의 미래를 기대하는 의미 말이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마지막 권은 1권과 2권에서 벌어진 사건이 진짜로 어떻게 벌어졌는지, 그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준다. 사건을 보는 관점이, 특히 똑같은 행동과 상황이 서로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죄’의 의미에 대해서도 깊게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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