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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6. 2024

추리소설을 방불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2』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민음사) 2권은 조시마 장로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실은 1권에 붙어야 맞는 이야기이긴 하다. 실제로도 이 이야기까지가 2부에 해당하고, 2권의 100쪽이 넘어가야 3부가 시작된다. 2권의 핵심은 3부의 이야기, 즉 알렉세이(알료샤)가 수도원을 나오게 되는 이야기, 드미트리(미챠)가 아버지 표도르를 죽이고(정말 죽였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돈을 훔쳤다가 잡혀 심문을 받는 이야기다. 특히 후자의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구성을 지니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미챠가 아버지가 점찍은 여인 그루셴카의 마음을 얻기 위한 돈 3000 루블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결국은 구하지 못한다. 그루셴카가 옛 연인의 전갈을 받고 다른 마을(모크로예)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는 분노하며 놋쇠 공이를 들고 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버지의 집 담장을 넘어간 미챠가 문 앞에서 그루셴카와 약속한 신호를 하는 장면까지 보여주고는, 바로 하인 그리고리가 깨어 낯선 침입자를 쫓고, 미챠가 놋쇠 공이로 그리고리를 쳐서 쓰러뜨리는 장면으로 바로 넘어간다. 나중 장면을 보면 아버지 표도르가 살해되었으므로, 아버지 침실 베개 밑에 놓였던 돈이 없어지고 미챠의 손에는 돈이 쥐어진 상태이니 범인은 누가 보더라도 맏아들인 미챠인 듯 보인다.      


미챠는 그리고리를 쓰러뜨리고 담을 넘어온 후, 그루셴카를 쫓아 밤을 새우며 모크로예로 찾아간다. 미챠를 만난 그루셴카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새벽이 오면서 표도르의 사망을 알게 된 경찰이 들이닥쳐 미챠는 체포된다. 하지만 미챠는 그리고리를 놋쇠 덩이로 친 사실은 인정하지만 아버지 살해만은 격렬하게 부인한다. 다만 돈을 다 써버리고, 그 돈을 메꾸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돈의 출처에 관해 의심을 받으면서 이송된다. 바로 여기까지가 2권의 이야기다.      


중요한 장면을 감춘 후, 거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암시하고, 독자들이 당연히 예측한 것을 이어가다 그 예측과 기대를 전복시키는 수법. 바로 추리소설의 수법 아닌가?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물론 단순한 미챠의 범행은 아니라고 벌써 눈치채는 독자에게 순순히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야기가 3부에서 이어질 것이다. 아직 이 소설은 1/3이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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