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아사히’ 엮음, 『노벨상의 빛과 그늘』
좀 가볍게 읽기 위해서 골랐다.
1980년대에 나온 노벨상 수상자와 업적에 대한 책이니 아무리 좋게 봐도 최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쉽게 읽고, 뭔가 재미있는 것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로
20꼭지의 글은 의외로 내용은 충실하다. 과학자들의 숨겨진 얘기도 있지만, ‘과학’을 이야기하는 글이 적지 않다. 그리고 당시 그 발견의 의의까지.
아쉽게(불운 혹은 부당) 노벨상을 놓친 얘기, 잘못된 것으로 판정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얘기, 과학자들의 경쟁에 관한 이야기, 우직하게 한 분야를 개척하고 인정받은 이야기 등등이 펼쳐진다.
일본에서 나온 책이니만큼 일본 과학자들이 몇몇 등장한다. 좀 의아한 것은 노벨상을 탄 일본인 과학자 얘기는 하나도 없고, 안타깝게 노벨상을 놓친 과학자들과 그것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얘기뿐이라는 점이다. 코흐(이 책에서는 코호라고 쓰고 있다)의 제자 기타자토(역시 이 책에서는 기타사토라고 쓰고 있다)의 얘기는 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깊은 얘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코흐와 베링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의 문제는 1990년대 이후의 과학적 성과가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1989년에 번역되어 나온 책의 개정판인데도 (아마도) 하나도 고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색창연한 과거의 번역투는 애교로 봐줄 만한데(정말 요즘 쓰지 않는 말이 많다), 잘못된 번역이 정말 많다. 한번쯤 정독을 하고 수정했을 만도 한데, 그냥 그대로 개정판이라고 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