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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미 Dec 05. 2020

엄마는 슬프지만 춤을 춘다

코로나, 이젠 제발

코로나의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른다. 제천은 며칠째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집 앞 상가에 있는 마트와 상점까지 확진자가 다녀가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가 이제 바로 코앞까지 와 있는 느낌이 든다. 나도 어느 순간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모른다.


유례없는 마스크 대란, 연일 보도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을 접하면서도 한때는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막연한 기대는 버린 지 오래되었다. 초반에만 해도 한 달이면 그치겠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우린 지금 코로나와 함께 거의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셈이니까. '코로나가 언제 끝날까'가 아니라 '이 시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보내야 할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 해 오랫동안 내가 애를 먹었다. 어른도 불편한데, 하물며 그 작은 아이의 얼굴의 반을 덮는 마스크가 아이에게는 얼마나 귀찮고 성가신 존재일까. 십분 이해가 되면서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울 수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 역시 참 쓰리고 아팠다. 마스크를 왜 써야 하는지 이해할 리 없는 24개월짜리 아이는 엄마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씩 웃으며 내 손을 잡는다.


코로나가 섬뜩하고 무섭다. 온 국민의 70%가 코로나블루를 경험한다는데, 나 역시 예외일 리는 없어서 나는 코로나를 생각하면 자꾸만 울고 싶어진다.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져 버린 우리의 일상이, 지긋지긋한 마스크 생활이 너무나 화가 나고 속상하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는 그 날것그대로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가 없다. 아이는 매일 '엄마, 같이 놀자'라는 표정으로 해맑게 나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를 보고있자면, 이렇게 우울하고 어두운 세상에 내가 아이를 내놓았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렇게 힘이 들 때, 나는 아이 앞에서 춤을 춘다. 아이 앞이니까 출 수 있는(어디 가서는 절대 보여주지 못하는) 막춤이다. 잔뜩 겁먹고 두려움에 떠는 나를 스스로 위로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나의 불안감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질까 봐 걱정되어서이기도 하다. 엄마가 격렬하게 춤을 추고 오버하며 노래를 부르는 날은 역설적이게도 엄마의 기분이 다운된 날이다. 아이는 내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고 까르르 웃기도 하고 제법 비슷하게 흉내도 내 본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 보면 내 마음 상태도 조금은 평안해짐을 느낀다.


요즘은 홈트를 하고 있다. 유명한 영상을 보며 뱃살빼기 운동과 전신 유산소 운동에 돌입했다. 오늘이 이틀째인데, 코로나 시국에 외출도 어려운데 집에서 이거나 하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이 앞에서 동작을 보여주니 아이가 엄마가 엄청 웃긴다는 표정으로 신나게 웃는다. 내일도 열심히 따라해 볼 작정이다. 코로나 종식을 온마음으로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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