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덴마-지로의 시궁창과 벤야민의 기억산책 마무리2

시궁창에서 올라온 몸과 마음조차도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다친다. 또 다친다. 살아가고 살아지면서 그토록 많은 상처와 흉터가 온몸에 남아있어도 인간은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군대나 감옥 병원생활, 가짜사나이 훈련같은 극한의 상황을 버티고 극복한다고 해서 인간은 정말로 강해지는가.

사실은 그때 잠깐의 희열일 뿐 정말로 강해진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정말로 니체의 말처럼 너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너를 더 강하게stronger 만드는가 아니면 다크나이트 영화의 조커가 비꼬는 말처럼 너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너를 더 이상하게stranger 만드는가.



쓰레기 약쟁이였다가 수억의 고액연봉을 받는 성공한 인생이 된 지로는 이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주는 걸지도 모른다. 3년간의 재활과 훈련을 거쳐 제8우주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고산의 백경대에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로가 그 어떤 유혹과 이간질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철인이나 히어로가 된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기억이 지로의 살인같은 명백한 죄를 들추어내자 마약의 매혹조차 물리쳐온 지로의 마음도 미동이 시작된다.




어쩌면 그저 자기 자신의 실수와 잘못만이라면 참을 만할지도 모른다. 허나 약에 취해서 자신의 여동생에 손을 대고 자기 남동생을 뺑소니친 과거는 그 누가 과연 용서해주고 죄갚음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런게 정말로 가능하긴 할까. 지로처럼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가까운 사람에게 잘못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강해져도 버틸수 없는, 인간은 자연스레 무릎꿇게 만드는 강대한 과거의 압박감. 이런 엄청난 압박에서 탈압박하는 몸짓은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그 해방의 시작은 사실 그리 대단한 몸짓은 아닐지도 모른다. 변명하거나 자기합리화하지 않는것. 그때는 그럴수밖에 없었다던가 언젠가 누군가는 자기를 알아주고 구원해준다던가 하는 망상과 기대를 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때 잘못했고 실수했고 쓰레기였다는 것을 정말로 자기 내면에서 인정하기. 자기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이고 부딪치고 화해하기...







그리고 나면 이제 자신을 약쟁이로 타락시킨 악당 규오와도 무의식에서 부딪친다. 과거 지로는 자신의 모든 불행이 규오 탓이라고 말하며 그를 저주했었다. 이제 시궁창에서 나와 백경대에 된 지로는 다른 대응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규오를 향해서만큼은 무제한의 적개심과 증오를 불태우며 자신의 원할을 풀려고 할까?






규오에 잡혀 강제로 마약에 중독되고 복수심에 불타면서도 규오에겐 반항하지 못하고 만만한 가족에게 화풀이하던 못난 찌질이 지로. 이 지옥보다 더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고 점점 생각하던 찰나에 우연히 마주친 오래된 과거에서 지로는 미래를 상상한다. 연말 성탄절에 트리를 만드며 가족들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시절의 안온한 기억...






복수. 원한감정. 그것은 인간을 움직이는 실로 엄청난 동력원의 소용돌이이면서 또한 인간을 집어삼키고 파멸로 끌어들이는 최악의 폭풍이기도 하다. 수천년 전부터 이 복수의 허무함과 가치없음에 대해서 수백권의 고전들이 가르쳐왔지만, 사실 그렇게 되풀이되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복수의 스토리텔링에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안타깝게도 우리가 지로처럼 강해지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정말로 강해진 사람은 굳이 치졸한 복수를 할 이유도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 지로의 말처럼 복수한다고 해서 과거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복수에 필요한 그 엄청난 에너지는 나 자신을 위해 쓰는 편이 훨씬 나에게 좋은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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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백경대가 되었겠냐. 지로가 규오에게 저 말을 담담히 뱉은 것은 진심으로 이제 규오같은 악당이 그저 하찮은 벌레처럼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망친 것은 타인의 악의와 만행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망상과 나의 부족함일 뿐... 이제 규오같은 무의식 속 적은 상대해줄 가치가 없다. 그저 자기 자신이라는 인생의 과업과 투쟁하며 걸어나가는 지로...


계속... 다음편이 대단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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