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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무렵 시 한잔7-권혁웅의 마징가 계보학과 마징가Z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그 팔을 누구에게 휘두르나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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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명언이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었던가. 아마도 권혁웅의 이 시 마징가 계보학만큼 그 말을 달콤 씁쓸하게 표현한 문학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마징가가 당당하게 한국 시의 주인공으로, 그것도 시집의 표제시로 당당하게 전면에 등장하는 건 지금 봐도 꽤 놀라운 일이다. 바로 몇 년 전만 해도 노노재팬이라느니 대중적 반일운동의 기류가 뿌리깊을 수밖에 없는 역사를 겪은 나라가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이니까.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마징가나 독수리 오형제같은 만화를 이름부터 한국화해서 마치 원래 한국만화인양 공중파 방송에서 내보냈고 그것이 태권브이같은 아류작의 탄생시켰다. 그런 일본을 따라한 영상들이 70 80년대생의 문화적 자양분이 된 것은 부정 못할 현실이다. 나무위키에 마징가 오프닝곡과 한일전 관련해서 이런 웃기는 일화가 전해질만큼.


사실 한국 문학의 역사를 봐도 이름바 순수문학을 높이 평가하고 만화나 라이트노벨을 그저 오락만을 위한 저급문화로 치부하던 문화풍토가 겨우 십 년 전만 해도 만연했다. 하지만 권혁웅이 이른바 미래파라고 비평집을 내며 2000년대 이후로 등단한 난해한 시를 쓰는 현대시인들을 옹호했듯이, 기성세대의 입장에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건 사실 예술의 수천년 역사를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난해함의 악명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면 만화의 주인공에서 시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한 어릴 적 마징가를 보고 자란 아저씨는 무쇠팔 무쇠주먹을 어디로 휘두를까? 다시 천천히 시 읽어보자





고철을 수집하는 일을 하지만 고철보다 진로 소주병을 많이 모으는 알콜중독 옆집 남자는 툭하면 소리를 지르고 프라이팬을 던진다. 끔찍하고 비극적인 가정폭력 그 자체지만, 이를 권혁웅은 기운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로봇으로 시작하는 마징가 한국 오프닝을 양념으로 차용해서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로 멋지게 버무려낸다. 그렇지만 마징가는 그저 혼자, 단수가 아니었고 그 다음의 수많은 가족 계보가 내려져온다




그 천하장사 마징가 Z도 다음 세대의 더 강력한 로봇 그레이트 마징가에겐 힘을 쓰지 못한다. 옆집 오방떡만드는 남자는 매일매일 옆집의 소란을 참다못해 마징가Z를 오방떡기계로 흠씬 두들겨준다. 하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한 게 문제였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여자는 짱가인지 그렌다이저인지를 찾아서 산 너머로 날아간다 남자도 그녀를 찾으러 덩달아 사라진다


사내에게 역마살이 있었다면 여자에겐 도화살이 있었던 게 아닐까


폭력이 야만이 아니라 일상이었던 시절들


세월도 계란도 모두 잊어버리고


산 너머 계곡 너머


초록빛 자연과 푸른 하늘과


이제는 그들이 내내 행복하기를...


황혼 무렵에 시 한잔...


Fin


다음 한잔은 권혁웅의 모순과 빌런 아수라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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