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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18. 2023

황혼무렵 시 한잔9-슈퍼의 슈퍼맨과 등굽은 신문기자

슈퍼를 서성이던 그 상한 우유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저번 글들은 계속 마블 유니버스의 헐크를 다루었으니 이번엔 전통의 라이벌 디시 유니버스의 차례가 적절할 듯하다.


  슈퍼맨이 망토를 휘날리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따따딴 따 따 따따딴 따 따 테마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처럼 극장에서 슈퍼맨을 직접 관람한 적은 없을지라도 ocn같은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스쳐가듯 나오거나 여러 광고음악에도 종종 패러디 형식으로 많이 쓰이니까. 배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도 분명 히어로 중의 히어로, 슈퍼히어로의 상징이지만 그 둘의 테마음악은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바로 떠오르질 않는다. 그만큼 슈퍼맨은 오래도록 히어로 그 자체 아이콘이 틀림없다 그런데 권혁웅의 이 시에서는 슈퍼맨의 상태가?


물론 시를 읽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버드나무 슈퍼의 주인을 슈퍼맨이라 부르는 건 시인의 간단한 언어유희다. 총을 쓰는 사람이 건맨이고 칼을 쓰는 사람이 소드맨이듯이. 하지만 이 슈퍼 주인은 뭔가 수상하다. 낮에는 백발 굽은 허리였다가 밤에는 까만머리 꼿꼿한 허리. 사실은 부자관계인 이 두 명의 인물, 그런데 슈퍼맨 자체가 어리숙한 신문기자 클라크 켄트와 선하고 강직한 최강의 히어로 슈퍼맨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생각하면 혹시



출처 나무위키 슈퍼맨 프로필



신문기자일 때는 어리벙벙한 안경 낀 등 굽은 클라크였다가 옷 벗고 슈퍼맨이 되면 등을 쫙 펴고 조각미남이 되듯이 시에서 부자지간인 슈퍼주인은 낮밤마다 마치 25년의 시간을 왔다 갔다 하듯 시를 읽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


그런데 슈퍼엔 부자지간있는 게 아니라 생머리의 여자도 있다 어쩌면 슈퍼의 버드나무가 바로 여자인지도 모를듯한 혼동스러운 표현을 시인은 일부러 풍기는 듯하다. 그래서 3연을 읽고 다시 2연을 읽으면 뭔가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위험한 비인륜적인 섹슈얼한 해석조차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출가했던 그녀의 생머리를 잘랐다는 표현은 굉장히 원시적인 섹슈얼한 폭력으로 읽힌다...


물론 나의 이런 해석은 무리수일지도 있다 하지만 문학의 해석은 각자 독자의 몫이고 자유인게 롤랑 바르트가 말한 '작가의 죽음'이고 그 이전에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선언 아니겠는가. 슈퍼맨이라는 절대적인 선과 힘을 상징하는 영웅을 그저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슈퍼의 남정네격하시켜 놓은 것도 그런 시인의 의도일지도. 아니면 옛 시절 집 밖에선 타인앞에 굽실거리다가 집안에만 들어오면 방구석 여포마냥 날뛰던 가부장들에 대한 웃음이려나. 낮에는 손님들 맞이해야 하니 등 굽은 노인네였다가 영업 끝난 밤이 되면 마치 25년을 젊어진 듯 여자한테 막 대하고 기운이 팔팔해지는 것일지도.


슈퍼맨은 희망의 상징이지만 렉스 루터에겐 악몽이다


 야만적 폭력을 견디다 못한 여인은 상한 우유를 골라먹고 두 번째 출가를 결단하니 늙은 주인은 그녀를 찾아 같이 떠난다. 그런데 또 5연에서는 우연히 그 슈퍼를 들러보니 젊은 주인은 떠나고 늙은 주인이 돌아왔다 슈퍼맨 리턴즈 영화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일까? 완전히  슈퍼주인이 들어오고 상한 우유 마시는 생머리여인의 비극은 그저 또 반복될 뿐인가?


어쩌면 시 제목이 슈퍼맨인 것부터가 힌트.

늙은 주인과 젊은 주인이 처음부터 하나일지도

클라크 켄트가 바로 슈퍼맨인 게 반전이듯이.


낮과 밤 다른 시간에만 등장하고 두 명이 한 번에 보이는 경우는 결코 없는 두 사람...


얼굴을 다 밝히고 다니는 슈퍼맨의 정체를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공공연한 비밀 일려나

생머리의 여자도 어쩌면 원더우먼일지도 모른다 슈퍼맨의 정체를 알고 떠난 동등한 존재. 그리고 이런 일들은 인류사에서 끝없이 반복된다... 어쩌면 헤겔 말처럼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뭐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지만 원래 슈퍼맨 자체가 부자연스럽고 비인간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니까


힘겨운 날 낮술 한 듯 어지러운 무리수 해석 내뱉다 보면 남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우리 모두 인생에 한두 번쯤 슈퍼맨이 도와주길 꿈꾼다 그리고 슈퍼맨처럼 도와주기도 꿈꾼다


구멍가게의 독재자가 아닌 그저 남을 돕는 이웃...


이런 보잘것없는 쪽글 쓰는 날들이 그런 아름다운 인생의 하루에 다가서는 한걸음에 보태지기를


황혼 무렵에 시 한잔...


Fin.




다음 시 한잔은 권혁웅의 독수리 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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