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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19. 2023

황혼무렵 시 한잔10-권혁웅의 독수리 오형제 또는 불새

우렁찬 엔진소리로 날아가는 독수리오형제 또는 과학닌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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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파슈파슈파 우렁찬 엔진소리 독수리 오형제 쳐부수자 알렉터 우주의 악마들 불새가 되어서 싸우는 우리 형제...


해발 30미터가 높은 정복이네 흔히 달동네라 불리는 곳에서 곰에게 눈을 붙이며 사는 어머니와 4남 1녀. 그리고 권혁웅 시에서 내내 보아왔듯이 아버지는 없으니만 못한, 가족이 열심히 돈 벌어놓으면 수금할 때만 오는 못난 가부장이다


첫째는 독수리는 땀 흘려서 눈뜬 곰들을 혼자 다 잡아먹고 대학에 가서 고시를 도전하지만 10년째 고시원이다 지금 같은 로스쿨 체제였다면 그도 십 년을 날려버리진 않았을 텐데. 둘째 콘돌은 십 대 일로 싸웠다는 싸움꾼이지만 시절이 불운하여 지금 같은 격투기 대회가 없었기에 큰집 즉 감옥에 자주 들린다 아버지는 바로 그 타이밍에 수금하러 왔다 간다


셋째 백조는 어머니처럼 미싱을 돌리기엔 너무 우아한 손을 가졌기에 술잔을 들었다 그런 우아한 손으로 지금 세상에 태어났다면 최소한 손캠만 보여주면서 아프리카 같은 인터넷방송만 해도 먹고사는 건 문제없지 않았을까 넷째 제비는 이름처럼 봄을 물어다 주는 새인 줄 알았건만 그저 누나와 이름 모르는 형들 사이에서 잔심부름만 하다가 시간을 보냈다 제비도 지금 세상이었으면 형이나 누나 매니저 일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다섯째 올빼미는 가장 비극적이다 수금만 하러 집에 들르던 아버지가 갑자기 데려온 이복형제. 어릴 적 연탄가스를 마셔버린 그는 말도 못 하고 학교도 가지 않았다 지금 세상이었다면 적어도 국가에서 주는 장애인 복지와 보조금이라도 받지 않았을까


동네에 불이 나니 소방차는 30미터 높은 달동네는  길이 좁아 진입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독수리 오 형제 아니 의남매는 다 같이 불새가 되었다... 사실 지금도 서울에 그런 좁은 동네는 존재하고 고시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나도 바로 그렇게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소설의 첫 문장이었나


행복한 가정들은 비슷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그러나 대문호 톨스토이조차도 때로는 틀린다 세상엔 말 같지도 않은 가정들을 모두 합친 불행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가정도 지구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문학은 픽션이고 창작이다 권혁웅의 이 시가 실화기반이라고 명시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실화보다도 허구에 더 마음이 아려온다 이게 바로 문학이 아닐까


부디 모든 가정이 21세기엔 조금 덜 불행하기를


불새가 되어 날아오른 그들이 이제 평안하기를




황혼 무렵에 시 한잔...



Fin







P.S 글을 쓰는 도중에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려다가 실종된 해병대 일병의 기사를 봤다... 마음이 너무나 먹먹해진다 부디 무사히 발견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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