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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무렵 시 한잔 26-자작 습작시 소주의 뼈

기형도를 기억하고 기리며, fin.


소주의 뼈 / 이상하


-기형도와 후배님들을 위하여



종강 뒷풀이중 선배님이 새로운 시를 발표했다.

소주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후배들은

아재개그라도 질러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선배의 용기에 감사했다.

허나 과대표의 은근하지만 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배님은 노잼 투머치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새내기들이 장난삼아 경청해주니

시간 내내 그는 사흘간 소주만 마시다 목에 뼈가 걸려 병원가서 삼일을 누웠다는

살짝 무서운 아무말대잔치 쇼를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후배들이, 소주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떠난 애인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선배는 모태솔로니까 군대 입대영장이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실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못생기고 능력없는 남자라는 우울 그 자체,

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되었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칸트가 말한 물 자체 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일리가 있었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다들 너무 비참해지기에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후배들의 시는

모든 은유들을 술보다 더 진하게 녹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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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쟁이가 되기 위한 한 달의 여정 내지 연습이 끝났다.


글을 쓰지 못하고 나에 대해 믿지 못했음에도


용기를 나눠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이제 매일 글을 쓰고 마감해서 올리는 일정은 끝


계단에 넘어져 엉덩이도 다친 김에 그저 휴식이다.


꾸준히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신 수많은 독자이자 브런치 작가님들께도 감사할 따름이다.


네이버웹툰의 허5파6 작가님의 여중생a 처럼


나는 다시금 만화와 시 이미지와 문학 텍스트 사이의 바다를 유영했다. 피로했지만 너무나 즐거운 피로감에 행복했다.




일주일쯤 아닌가 한 달쯤 카페의 고양이 언니와 조용히 쉰다면


다시 또 시와 만화여행을 떠날지도...


끝내고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살펴보니


이 시리즈 이름은 만화방에서 시 한잔이 나으려나


영화관이나 미술관에서 시 한잔을 쓰게 될지도.


아무튼 일단 여기까지, 나의 여름이었다...


황혼 무렵 죽고 싶지만 시 한잔... 만화방에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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