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빈 집이나 질투는 나의 힘 같은 날카로운 감성, 우울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는 청춘의 시인으로기형도는 불려진다. 하지만 어쩌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와도 무리 없을 듯한 이 엄마 걱정 시 또한 기형도 시인의 작품이다.
겨우 9살 초등학교에서 구구단 외우고 있을 시절에 기형도 시인의 아버지는 크게 다쳐 집에서 몸져 누워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열무 삼십 단을 몸에 지고서 매일 시장을 나가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해가 져도 열무를 팔았을 것이고 어린 시인은 숙제를 천천히 하고 또 해도 어머니는 돌아오시질 않았다. 시인의 다른 대표 시 빈 집에 나오던 것 같은 우울한 종이로 가득한 빈 방에서 창밖으로는 비가 내린다.
이제는 완전히 기억나지 않는 아주 먼 옛날임에도 그 기억은 시인 유년기에서 완전히 자리잡아 눈시울을 젖게 한다. 그렇지만 또한 그 기억은 우울해지는 마음 뿐만은 아니다. 엄마가 자식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자식 또한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 엄마가 늦고 늦어도 그래도 결국엔 이 빈 방에 돌아오리라는 희망의 노래인 것이다. 정거장에서의 충고 시에서 첫 행에 그래도 나는 희망을 노래하련다 하고 시인이 울부짖듯이그리고 그런 마음은 식객의 고구마 에피소드 주인공과도 공명하지 않을까.
허영만의 만화 식객 초반 에피소드 중 고구마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물고기 잡다가 빠져 죽고 어머니는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간다. 자기를 두고 떠난 어머니가 밉지만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싶은 아들은 4시간이나 걸어 먼 길을 떠나 어머니를 찾아가지만 이미 새 살림을 차린 어머니에게 당연히 쫓겨난다...
하지만 어린 주인공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또 어머니를 찾는다. 할머니가 어머니집을 찾아갈 때마다 자신을 혼내자 주인공은 겨우 다섯 살에 결국 집을 가출하고 모든 사회적인 최소한의 안정된 궤도에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어찌저찌 성인이 되어 남의 집 정원사 일을 하던 주인공은자신을 자기 집 개보다 못하다는 듯 언행을 일삼는 여자의 말에 완전히 미쳐버리고, 개는 물론 일가족을 다 죽이고서 사형수로 수감되어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사형수의 사형 집행날에 사식을 하나 넣어준다
그건 바로 어릴 적 네 시간씩 걸어야 갈 수 있던 어머니가 자신이 찾아올 때마다 먹을 수 있도록 몰래 준비해 둔 바로 그 고구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