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불운과 불행과 무력감이 겹치다보면 하...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닐텐데 하고 후회로 가득찬 인생의 현자타임이 찾아온다.때때로 그 압박감에 아에 무너진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몇주 몇달이 계속되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고 또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이 이어지는 건 아마 누구나 신지가 카오루에게 들은 저런 따뜻하고 소중한 말을 들은 기억이, 그 순간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고 잊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바로 그런 한 순간이 마치 영원과도 같은 인생의 호시절이 아닐까.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
심보선 시인의 시 호시절도 아마 그런 영원과도 맞바꿀 마법같은 한 순간에 대한 시가 아닐까.마법이라 해서 무슨 벼락이 치고 산이 바다로 바뀌는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라, 다들 가난하고 보잘것 없이 살아감에도 말 한마디에 풍요로워지고 운율의 비단옷을 몸에 휘감는 그런 시공간.
별거 아닌 나를 기다렸냐는 말 한마디에 뺨이 붉어지고 너와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 소박한 소원에 행복해지는 시간. 그리고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시에 나오듯 왕관인 척 둥글게 잠든 고양이를 보며 우리는 마치 왕이 소중한 왕관을 쓰다듬는 듯한 세계로 몰입할 수 있으니.
그렇게 사람이 사람의 귀를 깊게 기울이고 들어주던 현재의 순간들이 우리의 오늘 밤 눈꺼풀을 깊게 감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