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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Feb 21. 2024

심보선 시인의 호시절 따라잡기 습작 시...

조금씩 오늘도 말장난부터 연습하기













잃어버린 호시절을 찾아서    /   이상하



그 시절을 잃어버렸다

할 일 없으니 두 평 방을 굴러다니다

구석에 둔 책 하나 으면 서너시간이 흘러가는,

이젠 기억도 흐릿해진 문장 하나 하나를

국보처럼 아끼고 메모해서 창고에 모셔둔 시절.

읽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아무렇게나 살아가도 허락받을 필요가 없는 황제의 옥새를 받는 시간.

그 시절을 잃어버렸다

은은한 시 한 편이면 냉면을 들이키듯 청량해지고

꾸덕한 소설 하나면 양념갈비를 상추에 쌈해서 꾹 달달하게 온몸을 가득 채워주었.

오로지 하얀 종이와 검은 글씨로 빚어낸

흑백화면이라 더 울려퍼지는 무성영화의 향연

고양이 뱃살보다 말랑한 글자들의 촉감놀이

그 시절을 잃어버리고 있다

해가 떠있는 시간이 힘겨울수록

달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들이 흥겨워졌고

햇볕도 달빛도 모니터 전자빛도 희미해질 즈음엔 

내일은 어떤 문장의 손을 잡고 재즈를 스윙할까

흥미진진한 상상을 하다가 눈을 감던 시절.

눈을 감고 눕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곧바로 숨을 멈췄다가 햇살에 다시 숨 쉬던 날들.

누구도 관심없었던 나만의 입맛에 입 맞춰주던

외팔이 검사와 지팡이 부러진 늙은 마법사와 두런두런 주점 구석에서 담소를 나누며 웃었던

그러니까 그 시절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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