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해변에서 조우한다면
맑은 날 소나기엔 해변의 카프카와 맥주산책
/ 20250831 이상하
나는 가출했다 해변의 카프카를 따라서
이번 여름은 내내 맑을 줄 알았는데
소나기를 맞을 때마다 몸에서 강물이 넘쳤다
누구의 그림자도 보고싶지 않은 나날들
한 친구가 읽어보라던 책만 생각이 났다
해변의 카프카는 멀리 떠난다 가족을 찾아서
열다섯살에 처음으로 누나를 만나고 엄마를 만난다
아닌가 사실은 누나도 엄마도 환상이었던가
어쩌면 아버지를 꿈 속에서 칼로 찌른 것마저도
맥주를 자꾸 마셔서 그런지 기억이 흐릿하다
밖에 소나기가 내린지 안 내린지도 흐릿해진다
내가 자꾸 홍수가 터지는 것만 또렷하다
라면을 삼키려다 자꾸 체했다
잠을 청해도 네 그림자에 밟혀서
또 맥주를 마셔야 기절이라도 할 수 있더라
꿈에선 다시 너와 산책했다가
고양이를 다시 만나는 꿈 속에서 또 잠드는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