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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칼날 만화판 세줄 후기-만화 오사무와 소설 오사무

귀멸의 철학 연재 준비중. 하나씩 천천히



혈귀가 된 여동생을 구하러 혈귀를 베는 가족만화.


데즈카 오사무 이후의 영화적인 연출의 만화보다는


다자이 오사무를 계승하는 덧없는 인생의 근대문학



드디어 미뤄뒀던 귀칼 만화판 23권 정독을 끝냈다.


옛날 5년 전에 귀멸의 칼날(이하 귀칼) 만화책 완결소식이 떴을 때 한번 슥 보긴 했었지만 그때는 귀칼이 내게 흥미로운 만화는 아니었다. 작화 그림은 평범한 수준이었고 오니 혈귀의 설정도 흔해빠진 좀비물 만화의 변화구 정도로만 보여서 그냥 이렇게 끝났구나 최종보스 무잔은 생각보다 좀 맥없이 끝나네 소년만화치고 좀 별로다 정도의 감상이었다.


그렇지만 얼마 전 귀칼 극장판 무한성을 본 것을 계기로 제대로 맘 잡고 리뷰를 써볼까 하고 한권 한권 꼼꼼히 읽어보니, 귀칼 만화판에 대해서 60점 정도의 평작이라 그쳤던 평가는 최소 85점은 줘야 하는 수작으로 바뀌었다. 이 만화의 스토리텔링, 인물과 서사에는 근대적인, 너무나 근대적인 소년만화라기보다는 가족 서사이자 구원 서사의 갈등과 감동이 있다. 이는 대단히 근대문학스러운

느낌으로 대표적으로는 역시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스러운, 인생은 짧고 덧없지만 그래서 멋지고 사랑스러운 것 아닌가 라는 감성.



공교롭게도 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귀칼이 한창 연재중인 19년에 sf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이 역시 지금은 이미지와 영상의 시대니까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일. 이러한 21세기의 추세는 나에게 또 한 명의 일본이 낳은 천재 오사무, 바로 아톰과 불새를 그린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를 떠올리게 한다.



데즈카 오사무에 대한 전기나 만화를 보면 그는 어린시절 유복한 집안 출신이어서 미국 쪽 영화를 많이 시청할 수 있었고, 학생 때부터 혼자서 만화를 그리는 것을 지지받고 응원받는 운이 좋은 환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미국 영화나 디즈니 애니에서 배운 영화적인 연출을 만화로 가져와서 일본식 만화와 아니메 기법을 정립했다.


이런 데즈카 오사무 이래로 미국식 영화의 화려한 연출과 카메라 무빙을 일본 아니메로 가져와서 정점을 찍은 것이 유포터블이 제작한 귀칼 무한성 극장판이 아닐까. 물론 이는 단순히 원작보다 애니 제작사가 뛰어난 것이 아니다. 조금 비약해서 말해보자면 다자이 오사무 이래로 나쓰메 소세키,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근대문학의 서사와 역사를 이어받는 귀칼 만화 원작의 문학성이 있기에 유포터블의 애니메이션도

멋지게 나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 아닐까.



만화 첫 화부터 인생을 날씨에 비유하는 이런 문장들은 명백히 근대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행복이 부서질 때는 항상 피 냄새가 난다는 대사는 누가 봐도 불길한 복선 그 자체.


그럼 이제 천천히 하나씩 읽어보자. 슬퍼도 주저앉고 싶어도 한 발씩 나아가는 탄지로처럼...


아끼는 누군가와 함께 본다면 더욱 좋겠다

오늘따라 달이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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