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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과 환 Mar 21. 2024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삶이 재미가 없다면...

1. 사람들은 가끔, 아니 어쩌면 자주 '우리의 반복되는 삶'에 대해 무료하고 지루해하곤 한다.

사실 나 역시도 매일 쳇바퀴마냥 돌아가는 일상이 무료하고 심심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예컨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밥먹고 출근. 하루종일 일하다가 퇴근해서 저녁먹고 아이들과 잠깐 놀다보면 어느새 잠잘 시간이 되어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눈뜨고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주말이면 밀린 잠도 자고, 못봤던 TV프로그램도 좀 본다치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에 놀러라도 갔다오면, 그날 하루는 저녁에 녹초가 되어 잠이 들곤 한다.


그러다보니, 출근길에 차에서 내려 회사로 걸어들어갈때 

길가에 피어 있는 봄날의 아름다운 꽃들도 그저 매년 이맘때쯤 보이는 꽃일 뿐이고, 딱히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 꽃들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간다.


2. 부모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면야, 자식들 입장에서는 하루에 몇번이나 통화를 하겠는가.

나 같은 경우, 엄마가 건강하게 잘 계실 무렵에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전화를 드리곤 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런 나보고 엄마에게 왜 이리 전화를 많이 하냐고 한 적도 있었다.

살펴보니 대부분 일주일에 부모님께 2-3번 정도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엄마가 암투병을 시작하고, 우리 자식들로서는 엄마를 찾아뵙고, 전화를 드리는 일이 더 많아졌다.

나같은 경우, 어린 두 아들들을 데리고 주말에 엄마를 보러 자주 갔었고, 엄마를 우리 집에 모셔와 며칠이고 같이 지내기도 했다. 동생도 엄마를 모시고 주말이면 산에 그렇게 많이 모시고 갔다. 나와 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산에 가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들들이 엄마를 모시고 이렇게 나와서 운동하냐면서 부러워하곤 했었다.


생각해보니 엄마와 여행도 많이 갔다. 

아직도 큰아들과 가끔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예전, 엄마를 모시고 주말이면 휴양림에 그렇게 많이 놀러다녔었는데,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서 엄마와 나, 그리고 큰아들까지 셋이서 사과 몇개 깎아서 들고는 

산의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곤 했었다.

그때의 경험이 큰아들도 좋았었는지, 가끔 서울 할머니와 산에 갔던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한다.


3. 어쩌면 어머니의 3년 투병기간 동안, 전의 몇십년 세월보다 엄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추억을 쌓았을 것이다.

엄마가 하늘로 떠나시고, 여전히 슬프지만 어쩌면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는 것은 

엄마에게 최선을 다했고, 엄마와 함께 한 그 많은 추억들이 고스란히 내 머리와 가슴속에 살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4. 생각해보니, 인생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80살만 살아도 호상이라고 할 것이고,

그 정도면 나름대로 천수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중에 내가 내 힘으로 건강하게 돌아다니면서 사는 것은 70살 정도라고 할 터인데, 

(이것도 아주 건강하다고 가정할 때 얘기다.)

당장 오늘 출근길에 그냥 지나쳤던 2024년 봄날의 아름다운 꽃들은

앞으로 볼 수 있는 몇십번 중에서 나머지 한번이다.


수백번이 남은 것이 아니고, 고작 몇십번이다.

그 의미가 달라진다.


5.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챗바퀴 돌듯 매번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그 일상 하나하나에 조그많던, 크던 간에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상들이 숨어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침에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나오는 것이 매번 반복되는 일상 중에 단순히 하나인지.

아니면 앞으로 말해줄 수 있는 그 유한한 기간 속에서 소중한 하나인지

생각하기에 따라 달려 있는 셈이다.


6. 엄마와의 일상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암투병을 하며 언젠가는 그 끝이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무렵,

엄마와의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엄마와 통화하며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고,

엄마를 만나러 가서 엄마를 더 열심히 안아드렸다.


끝이 있기에 인생은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언젠가 끝남을 알고 지금 순간을 바라보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평소 사소하다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큰 의미가 있다.


7. 그래, 앞으로는 더욱 지금 순간에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야겠다.

끝이 있는 우리네 인생에서 남아 있는 것 중, 그 한번이니까 말이다.


8. 때로는 인생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면,

내 삶이 언젠가는 끝날 무렵을 생각해보라.

지금 두 발로 건강하게 돌아다니며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지금은

인생이 끝날 무렵 너무나 소중하고 돌아가고 싶은 그 순간일 것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오늘 아침 출근하며 아내와 뽀뽀하고 나왔던 것이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나온 것이 행복하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오후에 퇴근하고 오늘 하루 신나게 놀고 왔을 우리 아이들을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창가에 서서 길가에 피어 있는 노란색 봄꽃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다.

며칠전 미세먼지가 심했었는데, 오늘은 하늘이 푸르르다. 호흡을 크게 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니 상쾌하다.





다들 오늘 하루도 의미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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