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고 슬퍼 말고, 잘된다고 자만말자.
오늘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동네 대형 마트를 다녀왔다.
차로는 5분거리이나, 걸어가면 30분쯤 걸어야 하는 제법 거리가 되는 곳이다.
저녁먹고 산책 겸 가끔 걸어가곤 하는데,
둘찌는 좀만 걷다보면 힘들다고
으레 나에게 안기는 까닭에,
유모차를 미리 끌고 갔다.
과일이며, 치킨이며,
아이들 먹일 것들을 고르고,
이제 가려고 나오는데,
둘찌가 저 아래 분수가 나오는 곳에 들렸다 가자고 고집을 부렸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서 분수를 구경하고,
다시 올라오는데,
둘찌가 사고를 쳤다.
누가 반쯤 먹고 남은 음료수를 다리 구석지에 버려놨는데
그걸 또 가서 만지다가 손에 음료수를 잔뜩 흘린 것이다.
김세환!!!
움찔한 둘찌는 그제서야 안만진척 하지만,
이미 손은 찐득찐득한 음료수가 가득 묻었다.
하.....
손을 씻기려면 다시 마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안그래도 힘들어죽겠는데,
둘찌가 사고를 치니,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아내 몰래 엉덩이 한대 찰싹 갈긴 것은 비밀이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 데려가서 손을 씻기고,
한참 일장 훈계를 했는데,
진심인지 모르겠으나 알겠다고 한다.
그리고
둘찌랑 장난을 치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어느샌가 말수가 줄더니,
그만 유모차 안에서 잠들어버렸다.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인생의 이치에 대해 생각한다.
아까 아이가 손을 더렵혀서 다시 씻기러 갈때는
화도 나고, 솔직히 짜증도 났었다...
그런데 지금 아이가 잠들어버려
조용히 침대에 눕히는데,
아까 화장실에서 미리 손을 씻기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악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는 호재가 되기도 하고,
호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악재가 되기도 한다.
오늘 새삼 인생의 이치에 대해 생각한다.
잘풀린다고 자만하지 말고,
왜이리 잘 안되냐고 슬퍼하지 말아야겠다.
세상일은 돌고 도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