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센터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서울에 위치한 대형 병원에 한번 가보면, 와글와글거리는 사람들로 인해 무척 놀랄 것이다.
왜 이리도 아픈 사람이 많은지...
병원에는 수없이 많은 환자와, 그보다 더 많은 환자의 가족들이 있다.
병원에 온 목적은 저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환자들은 병을 고치러 왔을 것이고, 가족들은 그런 환자를 잘 치료하여 집으로 데려가고 싶을 것이다.
사실, 환자들 역시 어느 쪽에서 치료받느냐에 따라 얼굴 빛이 다르다.
일반 안과나 소아과 같은 곳은 환자든 보호자든 모두 평온한 얼굴이다.
그나마 이런저런 수술을 하러 온 사람들은 얼굴에 긴장감과 걱정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암센터에 방문한 사람들은 다르다. 모두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다. 세상의 모든 우울함과 절망이 얼굴 깊은 곳에 드리워져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암센터 역시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아서 돌아갈 수 있는 사람과, 나아서 돌아갈 수 없는 사람.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지금 당장의 두려움과 걱정은 존재할지언정 가슴 깊은 곳에 존재한 공포와 절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그 사람들은 지금은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언젠가는 웃으면서 제 발로 걸어 나갈 수 있다. 보호자들 역시 지금 당장은 크게 걱정하더라도, 체념과 절망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러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은 다르다. 이 사람들에게 시간은 나아서 돌아가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이 생에 남아 있는 시간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오가는 대화 속에는 웃음이 없다. 두려움이 가득하다. 온몸이 말라서 뼈만 남은 환자들은 이제 곧 떠날 때를 직감했는지, 연신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곤 한다. 대화 속에 유독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많이 오간다.
병원에는,아니 암센터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아서 돌아갈 사람, 그리고 나아서 돌아갈 수 없는 사람.
얼굴 속에 드리워진 체념과 절망감을 보면서,
하루 하루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한번 더 되새긴다.
지금 고통 없이 있는 이 순간은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이 바라는 가장 소중한 하루이다.
평범한 순간을 헛되이 흘리지 말고,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로 가득 채워야 한다.
나는 가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을 때, 엄마가 다니던 삼성병원 암센터로 간다.
그리고 몇십분이고 가만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나아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 주어진 내 삶과 남아 있는 내 시간에 대해 한번 더 생각을 한다.
삶은 짧으면서도 길다.
모두들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