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첫째.
치과 치료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치과 치료비가 무서울 때.
예전 어렸을 때는 치과에 가서 기계가 "윙"하고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정말 무서웠었다.
그러나 요새는 치과 치료가 무섭지 않다.
"얼마입니다." 하고 알려주는 치과 치료비가 더 무섭다.
치과는 이상하게 진료 시작 전, 가격을 불러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과 치료가 끝나고 이것저것 해서 총 얼마입니다.
이렇게 말해주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는 내내 얼마나 나올까 겁이 난다.
이럴때 나는 내가 나이 먹었음을 느낀다.
둘째,
새로운 것을 배우기 귀찮아질 때.
어릴 때는 새로운 것을 부담없이 받아들이고,
뭔가를 배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좀만 하다보면 금방금방 새롭게 익히곤 했다.
요새는 솔직히 말해...어렵다..
아, 어려운 것보다도 뭔가 모르게 귀찮다...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자고 가지고 오는데,
예전에 했었던 부르마블 같은 게임에 자꾸만 손이 간다..
새로 나온 보드 게임을 아들이 들고 왔는데,
뭔가 모르게 복잡한 규칙 설명서를 보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내본다.
"아들아, 우리 그냥 부르마블 할래?"
"싫어요! 이거 해요!"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이럴때 내가 나이를 먹었나 싶다.
셋째.
직장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편할 때.
예전 어릴 때는 인간관계가 정말 중요했다.
식사도 늘 우르르 다같이 몰려가서 먹고,
먹으면 또 다같이 우르르 산책하고, 담소를 나눴다.
혼자 식사를 하러 가면 왠지 뻘쭘하고,
남들이 날 쳐다보는 것 같고 그랬다.
요새는 혼자가 너무 편하다.
혼자서 조용히 밥먹고,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고,
혼자서 조용히 산책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또다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어릴 때는 관계 맺는 것도 쉬웠다.
나이가 들어보니,
관계의 무거움을 알게된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관심사가 다르면 대화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이를 이렇게 먹나보다.(기질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넷째.
놀이기구 타러가는 것이 무서울 때.(?)
예전 놀이기구 하면 환장하던 때가 있었다.
여친과 놀이기구 타러 아침 9시에 가서 저녁 6시에 나오면서,
아주 뽕을 제대로 뽑았노라고,
승전보를 울리며 기분 좋게 나오던 때가 있었다.
내가 20대 무렵, 에버랜드 표가 생겨서
부모님과 같이 놀이기구를 타러 간 적이 있었다.
바이킹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자꾸만 엄마는 안타겠다고 하셨다.
왜 안타시냐고,
표가 아까우니 같이 타자고 해도,
엄마는 속이 울렁거린다고,
그냥 안타겠다고 자꾸만 고집을 부리셨다.
어릴 때는 그게 이해가 안 됐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이제 내가 아들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면,
초등학교 2학년생인 큰아들보다도 바이킹을 못타겠다.
속이 울렁거린다...
엄마가 생각나면서,
이럴 때 내가 나이를 먹었나 싶다.
이제는 놀이공원이 무섭다.ㅠㅠ
사진: Unsplash의Hoyou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