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남성들은 잠재 배우자의 성적 의도를 체계적으로 과잉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그저 희망 섞인 사고의 결과일 뿐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조상 남성들 가운데서 잠재 배우자의 신호를 과잉 해석하는 경향이 있던 남성들은 조심스러워 기회를 놓치곤 했던 남성들보다 더 많은 생식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더 많은 생식 기회를 얻는 것이 간혹 있지도 않은 기회를 잘 못 자각해서 자존심이나 체면을 구기는 것 같은 부작용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클루지 - 개리 마커스≫
인류는 200만 년 전에 등장하여 불과 1만 년 전까지도 사냥과 채집 생활을 했다. 이 긴 시간 동안 오직 살아남기 위한 목적의 진화를 했다. 선사시대에서 생존만을 위한 진화의 결과가 '클루지'이며, '클루지'는 현대 사회에 적합지 않기에 현대인들의 행동과 판단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평범한 자기 계발 서적으로 생각하고 책을 펼친 독자는 수많은 논문 인용, 학술적인 사례, 심리학, 생물학, 뇌신경 과학 등에 대한 수많은 TMI로 중간에 책을 몇 번이 나 덮게 될 것이다. (내 얘기다;;;)
책의 내용을 응용하여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설명한다.
[장면 1 / 수만 년 전, 원시인의 부족 마을]
당신은 움막 앞에 앉아 돌도끼의 날을 다듬고 있다.
족장의 움막 뒤를 지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여자였다. 그녀에 관심이 생긴 당신은 먼저 말을 걸며 다가갔고 금세 친해졌다.
다음날, 평소처럼 움막에 앉아 있는데 족장의 부하 둘이 찾아와서 당신을 족장에게 끌고 갔다. 알고 보니 어제 만난 여자는 족장의 새로 맞은 배우자였다. 당신은 족장과 부하들의 돌도끼에 맞으면서 의식을 잃는다.
(낯선 이성에게 접근하는 것은 좁은 부족 사회에서는 생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길거리의 처음 본 이성에 말 걸기조차 조심스러운 것은 클루지이다.)
[장면 2 / 공터를 둘러싸고 있는 숲 속, 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당신은, 숲으로 둘러싸인 공터에 자신이 버려져 있는 사실을 알았다. 밤이 되었는지 어둡다.
갑자기 주위 숲에서 수많은 푸른빛이 번득인다.
늑대인가? 호랑이인가?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몸이 덜덜 떨린다.
(노출된 공간에 여러 시선에 홀로 노출되는 발표 공포는 흔한 클루지이다. 발표 못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장면 3 / 바위가 많은 계곡, 밤]
정신없이 달려 겨우 공터를 벗어났다.
횃불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여 다가갔으나 호전적인 부족이었는지 돌창을 던지며 달려들었다.
당신은 돌창을 피해 계곡으로 뛰어들었지만, 급류에 휩쓸리는 바람에 바위에 부딪혀 정신을 잃었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클루지이다. 영업이 어려운 이유다.)
[장면 4 / 움막 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래의 여자가 당신을 간호하고 있었다. 몸을 추스른 당신은 그 여자가 당신을 좋아해서 당신을 챙기는 줄 오해하고 끈질기게 구애했고 결혼에 성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는 그저 당신이 불쌍해서 도와준 것이었고 이성적인 관심은 전혀 없었는데 당신이 끈질기게 구애하여 결혼을 허락했던 것이었다.
(남성이 잠재적 배우자의 행동을 이성적인 접근이라 오해하는 것은 본능적인데, 이런 오해로 인해 자손을 남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당신은 3명의 아들을 낳았다.
당신을 닮은 첫째 아들은 부족의 권력자인 주술사의 새로운 부인에게 수작을 부리다 맞아 죽었다. 둘째와 셋째는 당신이 잘 교육하고 보살핀 결과 성인으로 컸다.
셋째 아들은 물색없이 다른 부족들을 만나고 다니다가 화살을 어깨에 맞아 크게 다쳤고 상처가 곪아 곧 죽었다.
다행히 아내 쪽을 닮은 둘째 아들은 부족 영역에서 항상 머무르며, 부족원들과 잘 어울렸고 무사히 결혼하여 손자, 손녀를 낳았다.
(선사시대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한 클루지를 가진 사람만이 후손에게 유전자를 남겼다. 결국 클루지는 수만, 수십만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행동과 판단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 사회에 불리한 클루지를 극복한다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낯선 사람에서 쉽게 다가서는 적극적인 영업맨, 훌륭한 발표자, 자신만만한 도전자 등 현대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도전을 어려워한다.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행동하는 것을 꺼리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은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오지를 가거나 호랑이에게 덤볐다가는 후대에 DNA를 남길 수 없었다.
따라서 현대 인류의 대부분은 '새로운 도전'을 꺼려한 선조의 후예다.
≪클루지 - 개리 마커스|추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