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약국 갑시다
저자는 1980년대에 마산 변두리에서 4.5평으로 시작한 구멍가게 같은 약국을 10여 년 만에 약사 13명을 둔 기업형 약국으로 키웠다. 이후에는 교육분야에 진출하여 굴지의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를 키워내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훌륭한 경영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저자가 쓴 책이니 기업 경영에 대한 여러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되는 책이다.
“기사님요, 육일약국 좀 가주이소”
처음에는 창피해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만 타면 내 입에서는 자동으로 ‘육일약국 가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경남 마산의 변두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4.5평 규모의 이름 없는 약국, 택시 기사들이 ‘거기가 어디냐’고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했다. 택시를 탈 때마다 겪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육일약국 가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1년 반이 지나자 50% 정도의 기사가 육일약국을 알았고, 3년이 지나자 창원의 기사들도 마산의 육일약국을 알았다.
그렇게 택시 기사들을 통해 육일약국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육일약국 - 김성오≫
이 책의 내용은 초반에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창의적인 약국과 기업 경영 일화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중후반부터는 저자의 기업 운영과 베풂에 대한 철학이 중심이 된다. 초반의 여러 흥미로운 일화들이 차후에 나오는 그의 철학과 깊은 연관을 가지면서 자칫 지루하고 진부할 수 있는 그의 철학이 큰 설득력을 발휘하고, 읽고 있는 독자들도 저자처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그의 기발한 약국 운영 일화를 소개하자면, 앞서 소개한 택시 기사들에게 육일약국을 알린 일화, 형광등 6개로 충분한 조그만 약국에 25개의 형광등을 설치하여 사람들의 눈에 확 띄게 만든 일화, 잔돈이 항상 필요한 택시 기사들에게 무료로 동전을 교환해 준 일화, 마산 시내에서 롯데호텔 이후로 2번째로 자동문을 설치한 일화가 있다.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초소형 약국을 초대형 약국으로 키우는데 수십수백 가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약국을 운영하는 10년 동안 책에 나올만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감탄이 저절로 나올법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결국 1년에 1개 꼴도 되지 않았는데도 큰 성공을 이뤄 냈다는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도 1~2년 동안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 정도만 낼 수 있다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결국엔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그저 단기간에 손님을 모으는 잔재주에 지나지 않았고 저자의 최고 성공 노하우는 고객들에게 인사 잘하고, 이야기 잘 들어주고, 고객들의 방문과 구매이력을 잘 기억해 주고, 수요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등 장기적인 고객을 유지하는 기본을 오랫동안 지킨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결국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고객 감동과 관리가 최고의 노하우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이 최고의 노하우의 효과가 조금 일찍 발현 되게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일화를 다른 책이나 인터넷 등에서 접하고, 자신의 일에 적용할 수 있는 특별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찾기 위해 이 책을 보게 되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내 이야기다)
하지만 멋진 아이디어는 2년에 1개면 충분하고 기본에 충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실망감은 나도 충분히 성공할 자질이 있다는 용기로 바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