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나를 분석하다 마지막 장 : 에필로그

by 조이

육아휴직 1주차의 월요일 아침,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를 펼쳤을 때가 기억납니다.

아이는 아내가 잠시 봐주고 있었고, 커피는 반쯤 식어 있었어요.

8년 동안 월요일 아침이면 노트북 앞에 앉아 회의 준비를 했는데,

그날은 할 일이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회사에서 시켜준 할 일이 없었어요.


그 어색한 시간에 저는 노트 첫 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 한 줄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회사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문제 정의부터 했는데,

정작 내 삶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지금, 12개의 챕터를 지나온 뒤에도, 완벽하게 안다고는 못 하겠어요.

다만 분명해진 게 있습니다. 노트는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아요.

12개의 조각이 모였습니다.



So What이라는 마지막 프레임워크

분석에는 "So What"이라는 사고 훈련이 있어요.

팩트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는 거예요.

팩트 목록은 목록일 뿐, 의미가 아닙니다.

"그래서?"를 세 번 물어야 통찰이 됩니다.

Fact → So What? → So What? → Now What?

이 책의 각 챕터 끝에는 작은 So What이 하나씩 있었어요.

그것들을 꺼내서, 체인으로 엮어볼 시간입니다.




나의 So What 체인

Fact. 나는 매일 아침 혼자 시작해야 하는 사람이다 (1장 5W1H).

내 에너지는 "구조화하는 시간"에서 충전된다 (3장 에너지 지도).

나는 분석적이면서 경험 지향적이다 (9장 좌표).

나는 빠르지만 끝까지 못 간다 (6장 SWOT).

So What?

나는 경험을 혼자서 구조화하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다만 그 과정을 끝까지 완주하는 데에는 외부 구조가 필요하다.

So What? 이 사람에게 맞는 삶의 형태는

"경험하고, 정리하고,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눔이 외부 구조(연재, 공개 약속)가 되어 완주를 돕는다.


Now What? 지금 하고 있는 브런치 연재가 바로 그 형태다.

다음 실험은 이걸 책이라는 더 큰 단위로 확장하는 것,

그리고 12장에서 바닥이었던 관계 지표를 천천히 올리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접으면 — "나는 경험을 혼자 구조화하고, 그것을 글로 나누면서 완주하는 사람이다."

몇 달 전 노트의 "나는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와, 지금의 이 한 문장.

거리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12개의 프레임워크가 그 거리를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이 거리는 영감이나 직관이 아니라, 구조와 반복으로 좁혀진 거예요.

이게 이 브런치 연재의 핵심 주장입니다.



반복 가능한 시스템

이 프로세스는 저만 가능한 한 번의 분석이 아닙니다.

반복 가능한 시스템을 설치한 것이에요.

6개월 뒤, 같은 프레임워크로 다시 분석하면 분명히 다른 답이 나올 거예요.

(복귀를 한다면)복귀한 직장이 있을 테고, 아이는 더 커 있을 테고,

지금은 없는 고민이 생겨 있을 거예요.

에너지 지도가 달라지고, 3C의 Customer가 바뀌고,

좌표의 위치가 이동할 겁니다.

달라진 답이 곧 성장의 증거예요.

답은 바뀌지만 도구는 남으니까.


당신이 오늘 적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의 답은, 1년 뒤에 다시 보면 어색할 수 있어요.

그게 맞는 거예요. 답이 돌에 새겨진 비문이라면, 그건 성장이 멈췄다는 뜻이니까.

컨설팅 프로젝트에는 마감이 있어요.

보고서가 나오고, 청구서가 발행되고, 프로젝트가 종료됩니다.

그런데 "나를 아는 일"에는 종료가 없어요.

그래서 한 번 끝내는 분석이 아니라, 계속 쓸 수 있는 도구를 설치하는 게 맞습니다.


Do-Notice-Choose

책 전체를 한 줄로 줄이면 세 단어로 남아요.

Do — 해본다. 머릿속에서 굴리지 말고, 2주 MVP로 일단 시작한다 (11장).

Notice — 알아차린다. 하는 동안 자기 상태를 관찰한다. 에너지가 차는지, 빠지는지 (3장). 5W1H로, 계기판으로 (12장).

Choose — 선택한다.

알아차린 것을 바탕으로 기준을 세우고 (7장), 변화의 종류를 정하고 (8장), 무엇을 놓을지 정한다 (10장).

그리고 다시 Do로 돌아갑니다.

완성이 아니라 순환. 12개의 프레임워크는 이 세 동작을 돕는 도구였을 뿐이에요.


마지막 워크시트

이걸 한 번만 해보세요.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합니다.

각 챕터에서 발견한 나의 미니 So What을 한 페이지에 모아보세요.

12개 전부를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기억에 남은 것, 그게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그중 세 개를 골라 한 문장으로 엮으세요. 그리고 빈칸을 채웁니다.

"그래서 나는 ______한 사람이다."

이 문장을 노트 어딘가에 적어두세요.

그 아래에 6개월 뒤의 날짜를 적고요.

그 날,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 그걸 기록하는 것이 진짜 마지막 장입니다.

당신의 노트에 쓰이는 장이에요.

그날 답이 완전히 바뀌어 있어도 좋고, 거의 똑같아도 좋아요.

바뀌어 있다면 성장의 증거이고, 똑같다면 확신의 증거입니다. 어느 쪽이든 귀한 정보예요.



관찰은 기록이고, 해석은 발견이며, 연결은 자기 이해입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에 답하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이제 당신에게는 그걸 반복할 도구가 있습니다.

식은 커피 옆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닫으며,

당신에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를 바랍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에 쏟던 그 집중력을, 이번엔 당신 자신에게도 허락해주세요.

당신은 당신이 맡은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케이스예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과정에서 발견한 무언가가 있다면 ,아주 작은 한 문장이라도 그걸 누군가에게 말해보세요.

저는 이 글을 씀으로써 제 것을 당신에게 건넸어요.

당신의 것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면, 그 한 문장이 계속 이어집니다.


함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디 당신도, 당신의 식은 커피 옆에서 당신만의 첫 문장을 적으시길.


14주간의 연재를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이 연재가 도움이 되었다면,

지금 당신의 노트에 한 줄 적어보는 것으로 답해주시면 좋겠어요.


"나는 ______한 사람이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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