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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힐데 Dec 28. 2023

당신의 사랑은 시작되었나요?

사랑과 기다림, 가장 애틋한 선택

살다 보면 완벽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인지 누구에게서든 한 번 상처를 받으면 ‘아 저 사람도 완벽하지 않으니 그럴 수 있지’하고 잊으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은 마음이 계속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참 성경을 묵상하다가 예수님께서 12제자들을 사랑하신 모습에서 ‘어떻게 저렇게 결점 있는 모습, 어찌 보면 추악하게까지 느껴지는 민낯을 보고서도 그들을 믿어주고 사랑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자신의 큰 약점을 하나쯤은 갖고 사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인상이 찌푸려지도록 징그러운 크나 큰 관통상 하나쯤은 몸에 지니고 사는 느낌이랄까..? 다만 다들 옷을 입고 있으니 그 관통상을 잘 가리고 살다가 갑작스럽게 불어온 바람에 꽁꽁 싸매놓았던 그의 옷이 잠시 풀리고, 그 찰나 그 관통상을 보았을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


지금 나는 그를 버리고 도망가려 하는가? 아니면 우리 모두의 인간다움을 인정할 용기를 내기로 하였는가?


후자라면 나는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과 다 함께 하느님 앞에 나약함을 고백하고 도우심을 청하기로 선택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할 수 있으려면 하느님 은총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고백해본다. 내가 가진 사랑의 깊이로는 계속해서 내 자신의 상처가 먼저고 나의 상처가 가장 아프다.


이 묵상은 아직 끝나지 않아 지금도 내 안에 계속 중이지만… 성경 속 사랑의 모습을 비롯하여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사랑’의 개념은 참 단순해 보이는데, 내게 있어 사랑은 인생 최고의 숙제 같다.


어쩌면 이 숙제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제일의 목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글의 끝에서 며칠 전 내가 받았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보려 한다.


한참을 연락이 안 되던 사람이 있었단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없었고 하루에 많으면 2번 정도 연락이 닿았단다. 그렇게 거의 2달의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락이 잘 되지 않았던 이가 상대에게 물었다.

“화나거나 서운하지 않았어요? “


그러자 상대가 대답했다.

“서운했지요. 그렇지만 당신이 해줬던 얘기가 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어떠한 행동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라고 여기는 마음이 든다고. 저도 그랬어요. 당신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한 가지 서운한 게 있었어요. 제가 당신께 딱 하나, 바쁜 와중에 아무런 연락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저 하루에 이모티콘 하나라도 보내달라던 나의 유일한 부탁을 당신은 들어주지 않았어요. 저는 당신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다렸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부탁을 한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주었으면 해요. “


과연 그가 이모티콘 하나만 보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달라는 의미였을 수 있다.

이모티콘은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이기에 당신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표현해보라는 뜻이었을 수도 있다.

큰 걸 바라지 않는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한참을 고민해 보다가 한 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해보았다. “그저 하루에 이모티콘 하나만 보내주시면 그걸로 돼요.”


그 순간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이 떠올랐다.


기다림


어쩌면 상대의 이모티콘에 대한 부탁은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사실 정답은 이 이야기 속 상대방만이 알겠지만, 내가 내린 답은 기다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참 많은 감정을 내포하는 외침이다. 그중 단연코 가장 애틋한 선택은 기다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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