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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like Jan 24. 2022

신사와 아가씨

주말드라마를 보며 

주말 저녁에 저녁을 먹고 쉬면서 가볍게 주말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어제 일요일에도 <신사와 아가씨>라는 주말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를 보다가 죽으려고 강물로 들어가던 왕대란(차화연)이 “무슨 물이 이렇게 얼음장이야? 나 추워서 못 죽겠는데? 나 죽고 싶은데 못 죽겠다”라며 뛰쳐나오는 장면을 보고 웃음이 나온다. 추운 겨울에 얼마나 발이 시렸을까.


나에겐 드라마에 나오는 왕대란이 재미있는 캐릭터다. 왕대란은 이영국(지현우)의 아버지 첩이다. 첩이라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살았고, 딸 이세련(윤진이)까지 낳고 20년이나 같이 산 남자가 자신에게 회사 지분 하나 남겨주지 않고 죽은 것에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많다. 게다가 자신의 딸도 본부인의 호적에 올려져 있다. 용돈은 풍족하게 받지만, 회사 지분은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딸 이세련이 결혼을 하면 회사 지분 20%를 받는다는 것에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피해자이기 전에 가해자다. 이영국 입장에서 왕대란은 아버지와 바람을 피운 여자이고, 그 여자는 자신의 엄마에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이 병이 되어 엄마를 죽게 만든 여자다. 그렇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여동생의 생모이기도 하다. 

왕대란은 자신이 평생 첩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살아온 과거 때문에 자신의 딸은 번듯한 가정에 결혼하게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결혼으로 회사의 지분 20%를 받아 딸과 같이 이영국 집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보통 엄마라는 사람은 자식의 행복을 위하는 사람인데 왕대란은 그렇지 않다. 그 여자에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딸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난하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않았다는 조건 때문에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오해하고 떼어놓는다. 번듯한 집안의 겉으로 보이는 번지르르한 조건을 가진 사람과 결혼시키려고 상대방의 진실하지 못한 모습을 발견했는데도 딸에게 숨기고 결혼시키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녀의 진정한 행복보다는 지분-결국 부와 힘- 에 더 관심을 갖는 엄마. 딸의 행복보다 딸의 지분을 넘겨받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걸까? 그래서 딸이 “내가 어떻게 되든 말든 결혼해서 지분만 받으면 다야? 그래서 나 속이고 결혼시키려고 했던 거야? 내가 이 결혼한다고 해도 엄마는 말렸어야지. 어떻게 엄마가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 나 결혼시키려고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라고 소리 지르게 만드는 여인이다.      


이세련은 엄마까지 지분 때문에 자신을 속이니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건 자신이 가진 지분 때문이라 생각해 오빠에게 지분을 넘겼다. 그 사실에 왕대란은 충격에 빠져 죽겠다고 강으로 들어갔지만 추워 못 죽겠다는 말을 하며 뛰쳐나오는데 연기가 너무 리얼하여 웃었다.       


저 여자 왕대란 인생에선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다른 사람의 남편을 빼앗아 한 가정 여러 명을 불행에 빠트린 여인도 자신의 억울함이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지만, 그녀도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에 아팠고, 얻으리라 생각하고 참고 견뎠지만 얻지 못한 아픔이 있다.       


생존을 어른에게 맡겨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완벽하게 피해자인 삶은 없다고 느껴졌다. 그녀들의 삶이 불행한 것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것에 있지 않을까? 힘 있는 남자에 기대어 살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삶을 살았다면 그토록 억울함이 쌓였을까? 


그녀가 마음을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숙한 사람은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기억하고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고 바꿔나가야 할 것 같다.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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