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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Sep 04. 2020

살 빼는데도 돈이 든다니!

코로나로 문닫은 PT센터 대신 딸들과 홈트를 하다

살을 빼는 데도 돈이 든다. 열심히 돈내고 먹느라고 찐 살, 다시 뺄려니 이제 빼는 데도 돈이 든다. 살이 빠지려면 먹은 음식의 칼로리보다 움직인 에너지 소모가 많으면 된다.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되는데 왜 돈이들지? 스스로 먹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병적인 경우도 있고, 어려운 활동여건일수도 있으나 나의 경우는 의지의 부족과 게으름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려 PT센터가 문을 닫았다. 얼마전에는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일단 일주일동안 예고는 했으나 언제까지 이 상황이 갈지 기약도 없다. 나는 부쩍 불안해졌다. '아주 이대로 주저앉았다가 다시 찌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먹는 식단도 코치에게 보고하지 않으니 당장 이것저것 더 먹는 것 같기도하고. 불안한 마음에 아침 저녁으로 몸무게를 재러 저울로 올라간다.

'홈트'를 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며 운동을 따라하는 게 대세라지만 어지간한 의지력을 갖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몇번 따라하다가 이런 저런 사정을 대며 그만두게 된다. 1시간동안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칭, 스쿼트,런지,버피테스트,레그업 등 헬스 동작을 따라했다. 스스로 하는 경우는 없는데 딸들이 한다길래 끼어서 했다. 엄숙하게 하다가 낄낄대며 웃기도 하며 따라했더니 살짝 땀이난다. 내친김에 헬스 사이클도 30분 탔다. PT휴가 첫날의 운동은 무사히 마쳤다.

음식 조절은 이제 혼자서 어느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일년정도 유지한 식단이니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다만 조금씩 줏어 먹는 간식이 문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둑에 난 작은 틈새가 제방을 무너뜨리듯 시간이 쌓이면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강제 휴가를 즐기고 있을 코치를 성가시게 하고 싶진 않고. 혼자서도 열심히 먹은 음식 사진을 찍고, 체중계의 저울을 기록한다. 마치 오래 해온 업무를 처리하듯이.

PT를 시작한지 1년이 되었으니 돈이 꽤 들었다. 개인PT는 일반 헬스클럽과 달라서 코치의 1:1관리를 받으므로 회차당 적게는 5만원에서 10만원, 아니 그 이상은 잘 모르지만 더 높은 금액도 있는 것 같다.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위해 근육을 강화한다거나 부상등으로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야 코치의 지도가 필요하겠지만 나처럼 단순 살빼기, 체력강화의 목적인 경우에는 코치의 구체적 지도가 별달리 없다. 옆에서 보면 회원은 헉헉거리며 운동을 하고 코치는 팔짱 끼고 옆에서 카운팅만 하는 모양새다. 50분 동안 그렇게 하고 돈을 내고 온다. 어찌보면 세상 불필요한 지출이다. 굳이 효용성을 주장하자면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근육부위에 따라 운동프로그램을 짜준다는 정도라고할까?

우리는 매일 까페에 가서 몸에도 좋지 않은 카페인 음료를 마시며 오천원에서 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한다. 때로는 내 마음의 괴로움을 털어놓을 상담사에게 돈을 주고 상담을 한다. 글쓰기를 배운다고 수업에 들어가 원고지에 몇 글자 교정을 받으며 비싼 수업료를 낸다. 심지어는 함께 모여 책을 읽는데도 회비를 내고 참가한다. 이 모든 것들은 서비스업이다. 그렇게 본다면 코치가 내뱉는 카운팅 하나하나가 서비스요금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나 더!' '그것밖에 못합니까?' '잘 할 수 있습니다. 아자!' 이런 구호들 값이다. 그래서 나는 PT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일으켜서 체육센터까지 끌고 가고. 끈적거리는 땀을 흘리며 머리가 하얗도록 운동을 하게 해서 출렁이는 뱃살을 들어가게 해주니 당연히 댓가를 치뤄야한다고. 보자마자 손이가서 어느새 입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음식앞에서 잠깐 망설이며 손이 오그라들도록하는 코치의 잔소리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아무런 제지나 강제가 없어도 몸이 반응할 때까지.

예전에 테니스를 배우다가 장마철에 돈이 아까워 강습을 끊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테니스를 배우지 못했다. 탕탕 경쾌하게 라켓에 맞은 공이 허공으로 날아 반대편 코트에 내리 꽂히는 즐거움을 놓쳐버렸다. 그래서 지금쯤은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굳이 PT센터에 나간다. 홈트를 해보니까 혼자 지속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모든 소비에는 그 만큼의 가치가 있어야한다. 아직은 PT코치의 '한번 더!'구호가 유효하니 돈을 조금은 더 써야될 모양이다.

그나저나 PT센터 문 닫은 이번 주는 홈트를 잘 해야 할 텐데. 요절복통 삼모녀의 단체 헬스는 지속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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