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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Jan 01. 2024

[오늘의 私설] 새해의 목표


 새해 아침, 올해의 계획을 적어 본다. 학교는 어떻게 다닌다, 수입은 얼마를 달성한다, 유튜브 채널을 하나 더 개설한다...     


 잠깐만. 이건 아니다. 펜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작년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올해는 이것을 한다, 저것을 한다...’ 그래봐야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계획은 흐지부지 되고, 종내에는 ‘올해도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만 남았다.


 내게 목표란 항상 뭔가를 이뤄 내야 하는 것, 이를 악물고 마침내 도달해야 할 산의 정상 같은 것이었다. 반드시 지금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하고, 달성 과정이 너무 수월해도 안 되었다.


 하지만 경험으로 안다. 리스트로 정리된 새해 목표들은 결코 완성되지 않았다. 역량은 항상 부족했고 목표와 현실의 사이에 불안과 조급증이 들어찼다. 어깨 통증과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았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기도 쉽지 않았다.          


 목표를 상승 이미지로 여겨 나타나는 문제도 크다. 모든 걸 우열의 관점으로 본다. 세상은 항상 '삼성이 낫니 현대가 낫니' 식으로 해석되었다. 사람을 대할 때면 더욱 심해져, 뭐라도 내가 나은 점을 하나라도 찾아내야만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가만 생각해 보면 '목표'와 '성취'가 같은 말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성취라는 결과에는 과정도 있게 마련인데 결과만 '목표'라는 개념을 독점하는 것도 이상하다. 더구나 우열 프레임에 젖어 기어이 남보다 나은 점을 찾아내려 애쓰는 모습도 예쁘지 않다.


 ‘무엇을 하기’보다 ‘어떻게 하기’도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과 다른 것, 지금보다 나은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필연도 없다. ‘지금’의 가치조차 음미하지 못하는데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다시 펜을 들어 ‘마음의 정돈과 평화’라고 쓴다. 나를 정직하게 들여다 보기. 모순된 내면을 융합시켜 평안을 누리기. 현재에 감사할 줄 알며, 대등한 눈맞춤 속에 나를 옆으로 넓혀 가기.

     

 새해의 목표 치고는 너무 정적(靜的)일까? 아니다. 불안정한 원소들이 안정적으로 결합하며 에너지를 방출하듯, 내 안의 혼돈을 정리하는 평화야말로 산의 정상을 넘나들고 대동의 춤판에 뛰어드는 힘, 끝내 자유의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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