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닌 두바이에서 매그놀리아를 만났다.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까지 두바이 구경에 박차를 가해 알찬 시간을 보내고 이곳에서의 첫 장소이자 끝 장소인 두바이 공항엘 갔다. 밤 비행기였던지라 공항에서는 면세점도 무엇도 볼 만한 게 없었다. 그 바람에 피로가 몰려왔고 나와 함께 여행을 했던 지인은 앉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 환승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수면의자에 눕거나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여 얼른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열심히 돌아다닌 바람에 허기가 져서 그제야 포장해 온 레드벨벳을 꺼냈다. 한적하고 고요한 공항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도 마침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눈앞에 딱 보여서 아이스커피 두 잔을 사가지고 수면의자에 각자 편하게 자리 잡았다.
드디어 레드벨벳을 개시하는 순간! 우리가 포장해 온 레드벨벳은 컵케이크라 머핀의 형태와 크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달리 포크 같은 것을 챙겨 오지 않았던 게 뒤늦게 떠올라 어떻게 먹지 고민하며 포장 상자를 열었는데 그때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레드벨벳이 마치 "뭘 고민해. 그냥 먹어."라고 말하듯이 그리고 보란 듯이, 게다가 꽤 정확하게 반쪼가리가 나있던 거였다. 레드벨벳! 이름처럼 멋진 너란 아이!
사이좋게 나눠먹으라고 자체 컷팅까지 시전 해주신 레드벨벳을 한입 베어 물자마자 감동이 밀려왔다. 디저트를 찾아 먹는 사람이 아닌 내 입에도 빨간 맛과 하얀 맛의 조화가 훌륭했다. 기대 없이 주문했던 아이스커피도 진하고 다크한 것이 딱 우리 스타일이었고, 바깥의 습도와 달리 시원하고 달달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컵케이크 반쪽씩과 커피 한 잔씩을 두고 여행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긴 많더라.
내게는 그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드라마를 볼 때 캐리와 미란다가 컵케이크를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에 눈이 머물렀던 것처럼, 현실의 내가 누군가와 보냈던 그 시간에 마음이 머물렀다.
나이를 먹을수록 무엇을 어디서 먹는지보다 누구와 어떻게 먹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공항 한 편의 수면의자에 대충 눕듯이 걸터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갈증을 해소하며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도 그때가 아직까지 마음속에 깊이 남은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테다.
그날 나와 함께 레드벨벳 반쪽도 나누고 생각과 마음도 나눴던 지인과는 여전히 가장 좋은 벗으로 지내고 있다. 물리적 거리감이 있더라도 정서적 거리감만은 가까운 나의 벗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