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는 엄마만의 언어가 있다. 엄마식 언어라고 하는 게 맞을까. 들을 때마다 원래의 말로 고쳐주는데도 매번 고쳐지지 않는 언어 몇 가지가 있다. 희한한 건 본래의 의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고 얼추 알아듣게는 말한다는 것.
문화 편)
엄마는 마동석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마동석의 대표작 <범죄도시>를 <범죄의 도시>라고 한다.
엄마는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는 믿고 보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하정우를 항상 하정욱이라고 부른다.
엄마는 황정민이 나오는 영화도 믿고 보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황정민의 대표작 <베테랑>을 <베트랑>이라고 한다.
엄마는 마블 영화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데드풀>의 병맛 느낌을 좋아하는데 그러면서도 데드풀을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다. 엄마에게 <데드풀>은 항상 <데드불>이다.
엄마는 먹방 예능은 좋아하지 않지만 요리하는 예능은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편스토랑>을 챙겨보는데 엄마에게 그 프로그램은 늘 <편토랑>이다.
일상 편)
우리 집은 곱슬이 심하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미용실에 가서 스트레이트나 매직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엄마는 미용실에서 "머리 어떻게 하시려고요?" 물으면 "곱슬레이트요."라고 대답한다.
스트레이트 = 곱슬레이트
엄마는 밥이 어중간하게 부족할 것 같으면 퇴근하기 전인 나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한다.
"집에 올 때 햇밥 좀 사온나."
햇반 = 햇밥
저녁에 밥 먹기는 싫고 술을 한 잔 먹고 싶을 때 엄마는 퇴근하기 전인 나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 만두 구워서 술이나 한 잔 할래?"
"그럴까?"
"그러면 매화주 한 병 사온나."
매화수 = 매화주
할머니댁에서 뭔가를 많이 얻어올 때 우리는 택시를 이용한다. 짐이 많을 때는 당연히 트렁크에다 싣는데 엄마는 기사님께 항상 "기사님~ 드렁크 좀 열어주세요." 하고 말한다.
트렁크 = 드렁크
"저 사람 볼톡스 맞았네."
반복되는 게 지치는데도 매번 내가 고치려 드는 이유는 엄마가 외부에서, 내가 없는 자리에서 무시당하는 게 싫어서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고치려고 드는 내게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무엇이 맞는 걸까?
딸에게 엄마의 세계는 자꾸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