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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엽 Jul 24. 2021

기축통화⑩달러 패권의 수명 연장

3. 페트로 달러 시대

닉슨 대통령의 달러 금태환 중단 이후 금과 달러는 영원한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금과 달러의 이별, 그리고 미국의 불안


이제 금이라는 든든한 친구를 상실한 달러는 오직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미래와도 직결된 중요한 문제였다.


미국의 달러는 홀로서기에 나서야 했다 <출처 : 픽사 베이>


하지만 미국의 수출 경쟁력과 재정지출을 감안해 볼 때, 단시간 내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는 영국의 파운드처럼 한 순간에 기축통화의 위치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불러왔다.


결국 미국 정부는 세 가지 방향으로 기축통화의 위치를 지켜나가기로 했다.


기축통화 유지를 위한 미국의 세 가지 방법


하나는 국방력의 강화를 통해 군사력을 이용한 패권의 유지였다. 절대적 군사력을 가진 나라만이 전 세계 패권을 유지했던 경험을 되살려 막대한 국방비의 지출을 통해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여 미국의 국방비는 타 국가의 국방비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지출되고 있어 ‘천조국(天朝, 千兆)’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세계 군사력 순위를 보면 미국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순위가 2위부터 12위까지의 국가들 국방비 총액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준으로 약 7,500억 달러(22년 추정) 규모이다.


원화 기준으로 약 850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사실상 미국의 군사력을 넘어설 수 있는 나라가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군수산업이 세계 1위라는 명성을 가져오게 되었고 막대한 무기를 팔아 벌어 들이는 달러는 주요 수출제품 중 하나이다.



플라자 합의 후 하락한 각 국의 환율 <출처 : 위키피디아>


달러 패권을 위한 다자간 협상, 플라자 합의


두 번째는 달러의 패권을 위한 다자간 협상 방법의 도입이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1985년 9월에 진행된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였다.


이는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 맞이한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였지만, 실제로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신뢰도 회복과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의 독단적인 방식을 강하게 밀어붙인 게 아닌, 자국을 둘러싼 수출 국가들을 하나로 모아 공통적인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각 국가의 이해관계는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불만이 높았다.


그렇지만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달러가 가진 기축통화 구조를 깰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었다.


사실상 달러의 패권이 유지될 수 있는 사실을 재확인해준 것이었다.



석유와 연계된 페트로 달러 <출처 : 위키피디아>


페트로 달러 시스템의 시작


마지막은 유를 통한 달러의 신뢰 회복이었다.


흔히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정책은 ‘유는 오직 달러로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미소니언 협상 붕괴 후 신뢰도가 하락한 달러가 부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이 페트로 달러 때문이었는데, 그 과정에는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각 국가들은 석유의 비축량을 크게 늘리면서 대량의 유를 수입, 보관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중동 국가와의 원활한 관계를 도모했다.


당시 유 생산량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과의 협상 이후 ‘유 대금의 결제는 오직 달러만 받겠다’는 내용을 천명함으로써 페트로 달러 시대를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이는 각 국가들이 달러를 사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해 주었고 ‘산업화의 혈액’이라 불린 유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금과 석유의 연계


결국 엄청나게 늘어난 달러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국 정부는 달러를 찍어 수출하게 되었다. 


이는 달러의 신뢰 회복은 물론 사실상 하나의 수출품으로 인식될 정도로 달러 위치가 급격하게 상승된 현상을 불러왔다.


달러가 금이 아닌 유와 연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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