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⑪ 페트로 달러란 무엇인가? 1

3. 페트로 달러 시대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파트너 관계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엄청난 규모의 원유를 채굴하기 시작했을 때, 채굴권을 가진 미국 정유회사 사이에서 발생될 경제적 이해관계는 치열하지 않았다.

반대로 사우디의 인접 국가인 이란은 채굴권을 가진 영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람코 정유시설 모습 <출처 : 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는 1950년 미국의 석유 회사 아람코(Aramco)와 맺은 이익 반분 협정(fifty-fifty agreement)으로 판매 수익을 50:50으로 깔끔하게 나누었다(이란과 영국은 이익 배분율로 크게 다투다 못해 정권을 바꿔버리는 쿠데타까지 발생했다. 이를 뒤에서 조정한 것이 영국 정부였다) 

미국은 산업화의 성장으로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원했고 사우디는 이에 최적의 파트너였다.

당시 미국 경제는 세계 석유 생산량의 30%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요 소비처는 자동차 • 철강 • 정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이었다.

사실상 석유를 원료로 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다.

사우디 또한 안정적인 수요처인 미국으로 인해 원유 생산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익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났다.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이스라엘 군의 진격  <출처 : 위키피디아>

이런 원만한 관계 속에 급작스런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사이에 벌어진 욤 키푸르 전쟁(Yom Kippur War)이었다.

1973년 석유 파동과 미국의 발 빠른 행동

이 전쟁의 영향으로 1973년에 ‘석유파동(1973 oil crisis)’이 발생되었다.

페르시아의 6개 산유 국가의 제안을 받아들인 석유수출국 기구(OPEC,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가 원유 가격을 기존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4배나 인상하고 생산량도 제한해 버린 것이다.

추가로 교전국 이스라엘을 지원한 나라를 대상으로 금수조치까지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원유 가격의 폭등과 수출 중단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물건 가격 인상은 물론 주유소에 석유를 넣기 위한 자동차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973년 석유파동 때의 뉴욕시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미국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

금수조치 해제를 위해 사우디와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전쟁에서 차지한 수에즈 운하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시켜 버린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군사·경제협정'

이후 미국은 원유로 인한 경제 불안감 해소와 장기적인 달러 신뢰 회복을 위해 1974년 6월 에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주도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군사·경제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 국가 간의 경제협력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업화 지원을 위한 기술과 인력 및 교육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군대의 현대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파이살 국왕을 찾은 키신저 <출처 : 이코노텔링>

하지만 핵심 내용은 원유 거래 시, 오직 미국의 달러로만 구입을 하는 것은 물론 가격 책정도 달러 기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로써 영국의 파운드와 일본의 엔화, 프랑스의 프랑은 원유 거래에서 퇴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