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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엽 Sep 25. 2021

남북전쟁 이후 재건 시대와 린치 법

미국의 노예 제도 14

남북전쟁이 끝나자 미국 사회의 혼란은 잦아들었다. 노예 해방과 더불어 남부에서는 흑인들의 기쁨에 찬 환희가 줄을 이었다.


남북전쟁 이후의 재건시대


전쟁에 진 남부 지역에 사회질서의 유지라는 명분으로 북부 군이 주둔을 하게 되었다. 자유를 얻은 흑인들에게 잠시나마 꿀 맛 같은 행복을 안겨준 시기였다.



1862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노예 해방 선언 기념식 < 출처 : 위키피디아>



이를 역사에서는 ‘재건시대(Reconstruction Era)’라고 부르는데, 1865년부터 1877년까지 였다.


당시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령’에 뒤를 이어 수정헌법 13조가 승인되었다.


이는 공식적인 헌법에 따라 모든 노예 제도를 폐지하고, 범죄자를 제외한 비자발적인 예속을 금지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남부에서의 노예들은 자유를 얻었지만 남부인들의 의식까지 얻지는 못했다.



1867년 뉴올리언스에서 투표하는 자유 흑인 <출처 : 위키피디아>


남부의 반발과 백인 중심의 폭력 단체 활동


남부의 백인들은 '흑인들로부터 마을의 보안을 책임진다'는 명분 하에 자경단을 조직, 백인 중심의 폭력 단체를 만들어 흑인에 대한 폭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주둔한 북부 군과 연방정부의 개입으로 활동은 소극적이었다. 조심스레 주둔한 북부 군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정권의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정치적인 타협으로 남부에 주둔했던 북부 군이 철수하게 되었다. 그러자 곧바로 남부 백인들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1869년에 그려진 KKK단에 의한 린치 위협 <출처 : 위키피디아>


재건시대의 종료와 '린치'의 시작


이른바 '린치(Lynching)'라 불리는 불법적인 단체 폭력 행위였다.


‘린치’의 기원은 미국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는 사법기관의 부족으로 중앙에서 떨어진 먼 지방의 경우, 흉악 범죄를 판결하고 법을 집행할 요건이 못되었다.


1774년 버지니아 주 치안판사인 찰스 린치(Charles Lynch)에 의해 '불가피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범죄 용의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법에 의한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처형'할 수 있는 사형법을 만들었다.


이것이 일명 ‘린치 법(Lynch Law)’이었다.


전통적으로 목에 밧줄을 걸어 사형시키는 교수형이 사용되었고, 거리에 모인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목을 매달아 죽이는 공개적인 처형 방법이었다.


여러 명이 특정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린치를 가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여기서 나왔다.



1909년 11월 일리노이주 카이로에서 진행된 공개 린치. 수천 명의 군중이 지켜보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남부에서 집중된 린치와 자유 흑인의 불안감


이 린치가 집중적으로 진행된 장소는 남부였고, 시기는 1860년과 1890년 사이였다. 약 3,000명이 넘는 흑인들이 그 희생자였다.


특히 노예에서 자유인이 된 흑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후 린치가 더 심해졌는데, 그 선두에는 1866년 조직된 백인 린치 집단인 'KKK 단(Ku Klux Klan)'이 있었다.


'KKK 단'은 1868 년부터 1871 년까지 약 400 개 이상의 린치에 관여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흑인에 대한 린치의 정도가 너무도 강해 악명이 자자했다.



1874년 10월 24일에 실린 KKK와 백인들의 무고한 흑인에 대한 살인을 비난하는 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경우 주 정부군으로도 'KKK 단'의 문제 해결이 안 되어 연방정부 군이 투입되고 계엄령이 선포되어서야 이들의 린치가 중단될 정도였다.


심지어 1868년 실시된 연방의회 하원 선거 기간 중에는 백인 단체에 의해 집단 린치가 발생, 1,300명에 이르는 흑인 투표인이 폭행당하거나 살해되는 참극이 발생되기도 했다.


늘어나는 피해와 집단적 광기의 확산


린치의 대상은 흑인 남성과 아이들이 집중 대상이었으나 여성들도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신문 광고를 통해 린치에 참가할 백인을 모집한 뒤, 단체로 특정 흑인을 린치 하기도 했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린치를 당해 죽음을 당한 흑인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 기념엽서로 만들어 팔기도 한 사례였다.



1893년 텍사스주에서 흑인 십 대 소년 헨리 스미스에 대한 공개 린치 <출처 : 위키피디아>



백인들의 우월성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불법적 폭력을 하나의 스포츠 행사나 서커스처럼 흥행시켜 상품화 한 현상이었다.


남부에서 집중된 린치의 목적은 백인들의 경제적인 궁핍함과 전쟁에 졌다는 분노의 표출이 주된 이유였다.


남북전쟁 이후 남부의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노예 해방에 따른 노동력 감소는 이를 더 가속화시켰다.


남부 경제의 몰락과 분풀이


 목화 수입 감소와 노동력 부족은 백인 농장주의 연이은 파산을 불러왔고, 자유를 얻은 흑인에게로 이들의 분풀이가 이어진 것이다.



1872년 미시시피에서 체포된 KKK 단 <출처 : 위키피디아>



또한 소규모 자작농으로 성장한 자유 흑인을 린치 한 후, 이들이 가진 토지를 강제로 강탈하기도 했다.


흑인을 소작농으로 부려 일을 시킨 후 수확을 분배할 시점에 린치를 가해, 혼자 이익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수확 시기인 9월에서 12월까지 린치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여주었다.



린치에 적극 반대한 '전미 흑인 지위 향상 협회(NAACP)' 로고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남부의 흑인들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린치와 인종 차별, 경제적 기회의 상실을 벗어나기 위해 남부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것을 역사에서는 ‘흑인대이동(Great Migration)’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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