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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황금기와 글로벌 확산

차입매수(LBO)의 시작과 마이클 밀켄 이야기 12

by 한정엽


사모펀드의 황금기인 1980년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레버리지 투자는 전성기를 맞았다.


레이건 대통령 취임 이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시장은 이에 화답하듯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 주었다.


아울러 이제 막 태동한 정크본드(고수익 채권) 시장의 발전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레버리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시기에 가장 유명한 사모펀드는 바로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이끄는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이었다.



KKR 웹사이트 <출처 : KKR.com>



KKR은 레버리지 바이아웃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KR의 RJR 나비스코 인수


1988년 KKR의 RJR 나비스코 인수는 250억 달러 규모로, 당시 금융 역사상 가장 큰 기업 인수였는데, 이 거래에 대한 상세한 과정과 결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1면을 장식했다.


이후에 '야만의 제국'이라는 베스트셀러 책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나비스코 로고 <출처 : 위키피디아>


크래비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단순히 기업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변화시키는 일을 합니다. 레버리지는 우리에게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힘을 주지만,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그 기업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놀라운 성과로 나타납니다."


이 시기의 레버리지 바이아웃은 규모와 복잡성 측면에 1905년대 맥린 시대의 거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KKR 창업자 모습 <출처 : KKR.com>



레버리지 바이아웃의 폭발적 성장


단순히 거래 당사자만이 아닌, 투자 은행, 법률 회사, 컨설팅 기업들이 이러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전문 팀을 구성했고, 월스트리트에는 '거래의 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엘리트 계층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정크본드의 제왕 마이클 밀켄이 속한 드렉셀 번햄 램버트는 정크본드 시장을 개발하여 레버리지 바이아웃의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혁신했다.



뉴욕 월가 에 있는 구.드렉셀 본사 <출처 : 위키피디아>



밀켄은 전통적으로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간주되어 금융시장 변방에 머물러 있던 기업들에게 대규모 자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였다.


레버리지 투자의 확장으로 자본 규모를 확대시킨 것은 물론 새로운 기술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재원을 지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0년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기술 혁명에 기여했다.


이 시기에 테드 포스트만, 칼 아이칸, T. 분 피케트와 같은 인물들도 주목받는 기업 인수자로 부상했다.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투자 철학과 접근법을 가지고 자본을 운용했지만, 사실상 맥린이 개척한 레버리지의 원리를 활용해 투자한 것이다.


칼 아이칸 모습 <출처 : 블룸버그>



1990년대 이후 글로벌 확산과 제도화


1990년대에 접어들며 레버리지 투자 방식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확산되었다.


유럽에서는 BC 파트너스, CVC 캐피털, 퍼미라와 같은 사모펀드들이 등장했고, 아시아에서는 소프트뱅크와 같은 기업들이 레버리지 전략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BC 파트너스 로고 <출처 : 위키피디아>



특히 일본의 손정의(마사요시 손)는 소프트뱅크를 통해 인상적인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일본 통신시장의 작은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였던 소프트뱅크를 글로벌 투자 제왕으로 탈바꿈시켰다.


손정의는 "나는 맥린, 버핏, 포스너로부터 배웠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투자 철학이 미국 레버리지 투자의 선구자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2008년 손정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제도화와 전문화를 통한 규모의 성장


이 시기에 레버리지 투자는 점차 제도화되고 정교화되었다.


대형 연기금, 대학 기금, 국가펀드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는 금융 산업의 전문화와 표준화로 이어졌다.


블랙스톤, 칼라일, 아폴로, 베인 캐피털과 같은 대형 사모펀드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며,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스티븐 슈워츠먼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그들은 단순한 금융 투자자를 넘어 대체 자산 관리의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스티븐 슈워츠먼은 블랙스톤을 설립하며 이렇게 말했는데, "우리는 맥린과 KKR이 시작한 것을 기관화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는 더 이상 몇몇 대담한 개인들의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 배분의 중요한 메커니즘이 되었다.” 고 소감을 밝힐 정도였다.


새로운 투자 방식이 새로운 금융 시장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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