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매수(LBO)의 시작과 마이클 밀켄 이야기 14
연이은 성공 사례와 돈벼락은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레버리지 매수'라는 금융 기법이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새로운 현상에 대해 여론은 마치 15세기 인쇄술의 발명이나 18세기 증기기관의 등장처럼 혁명적인 사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과 『포춘』 같은 경제 매체들은 사이먼-체임버스의 성공 사례를 상세히 보도하며, 이를 새로운 자본주의의 전형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시기 언론의 보도 방식은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먼저 사이먼과 체임버스를 19세기 미국의 산업화 시대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새로운 타입의 산업 영웅'으로 묘사한 점이다.
이들이 금융의 힘을 통해 비효율적 기업들을 재건하고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서사가 형성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19세기말 '도금시대(Gilded Age)'의 '강도 남작(Robber Baron)'과 비교하며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실물 자산을 창출하지 않고 금융 기법을 통해 부를 이전하는 방식이 과연 건강한 자본주의의 발전 방향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마치 16세기 유럽에서 고리대금업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벌어졌던 것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깁슨 그리팅스와 아틀라스 밴 라인스의 연이은 인수 성공은 월스트리트의 투자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전까지 기업 가치는 주로 유형자산, 현금흐름,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 지표를 통해 평가되었지만 이 이후부터 '재구조화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가치 평가 기준이 등장한 것이다.
마치 16세기 대항해시대에 유럽인들이 신대륙 영토의 가치를 기존 토지의 넓이나 질적 기준이 아닌, '미개발 자원의 잠재적 가치'로 평가했던 인식 전환과 유사한 방식이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은 투자 은행가들과 금융인들 사이에 '레버리지 매수'에 대한 일종의 골드러시를 촉발시켰다.
드렉셀 번햄 램버트(Drexel Burnham Lambert)와 같은 투자은행들은 레버리지 매수를 지원하기 위한 정크본드(Junk Bond) 시장을 발전시키며, 금융 혁신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사이먼-체임버스의 연속적인 성공과 그에 따른 언론의 집중 보도는 미국 사회 내에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켰다.
전통적으로 기업가정신은 포드, 에디슨 같은 발명가-기업가들의 제품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금융 기법의 혁신을 통한 부의 창출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가정신이 부상한 것이다.
이는 마치 산업혁명 초기에 기계 발명가들이 사회적 영웅으로 부상했던 것처럼, 금융 혁신가들이 새로운 시대의 영웅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이먼과 체임버스의 아틀라스 밴 라인스 인수와 그에 대한 언론의 집중 조명은 단순한 기업 인수 사례를 넘어 자본주의의 본질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산업 자본주의에서 금융 자본주의로의 이행,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전환, 그리고 물질적 생산에서 금융 공학으로의 가치 창출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 된 것이다.
마치 18세기말 증기기관의 발명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알렸듯, 레버리지 매수의 부상은 산업사회에서 금융사회로의 전환을 알리는 역사적 분기점으로 기록되었다.
지금도 인수합병에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