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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엽 Jun 27. 2020

엔론과 월드컴의 분식 회계

미국 경제역사 이야기 66

2001년 10월 대표적 에너지 기업인 엔론(Enron)사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간 모두가 얼어 붙었다.   


엔론(Enron) 사태


6억 1,800만 달러(약 6,800억) 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2억 달러의 감자(자본감소) 계획도 발표했다. 공시 발표 직후 주식시장의 충격은 엄청났다. 80달러였던 주가는 바로 30달러로 폭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 달 11월에 13억 달러(약 1조 4천3백억)의 분식회계 사실을 발표했다.  


엔로사 로고   <출처 :  위키피디아>



재정사태가 부실함에도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숨겨왔음을 밝혀냈다. 12월, 엔론사는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 요청을 했다.  


엔론 사의 투자자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1996년 ~ 2001년까지 6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미국 포춘지) 되었던 회사였다. ‘향후 10년간 성장 가능성이 높은 10개 기업 중 하나’로 인식되었던 회사였다.  


2000년 매출액은 1,010억 달러(111조)에 시가 총액은 무려 800억 달러(약 88조)에 달했다. 당시 종업원 수는 약 2만 명이었다. 매출과 이익은 분식회계를 통해 조작된 것이었다.


엔론사는 1985년에 탄생했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내추럴 가스사와 네브래스카 주의 천연가스 회사인 인터 노스사의 합병으로 생겼다.


사업을 가스 운송업에서 에너지 거래 사업으로 전환했다.  인수합병 및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15년 만에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으로 성장을 했다.


전성기 시절의 엔론 본사 건물 <출처 : 위키피디아>


회사가 주도했던 사업 방식은 에너지 중개 거래를 통한 수수료 창출이었다. 에너지 관련 상품을 사고파는 과정에 생긴 차액과 파생상품 투자를 통한 이익으로 회사를 키웠다. 영역을 넓혀 나갔다.


천연가스와 전력은 물론, 석탄, 광섬유, 철강, 수력 등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금융 파생상품화했다.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발생된 손실은 철저히 감췄다. 이익만 부풀려 매년 실적으로 발표했다.


분식회계를 주도한 사람은 엔론사의 회장인 케네스 레이와 CEO인 제프리 스킬링이었다. 회계감사를 맡고 있던 아서 앤더슨은 이를 알고서 눈감아 줬다.


회사 경영진은 부실자산을 우량한 자산으로 탈바꿈시켰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후 경영상의 부실 내역을 이 회사에 모두 떠넘겼다. 이 사실을 재무제표에 표기하지 않았다.


공시된 지표들과 달리 회사의 실질적인 이익과 현금 보유량이 급격히 줄었다. 사업을 연장하기 위한 차입금 규모는 나날이 커져만 갔다.


결국 대출 한도가 초과되기에 이르렀다. 경영진은 회계조작에 의한 실적을 부풀렸다.  이를 이용해 주가 띄우기에 노력한 것이다.


높아진 주가를 이용, 파생상품(사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사업을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생상품 손실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무리한 분식회계로 인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한 번에 쓰러졌다.


엔론 주가 추이 ( 2000년 8월 ~ 02년 1월) <출처 : 위키피디아>


회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손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엔론사에 투자한 투자자들과 주식 연동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원들은 자산과 미래를 모두 허공에 날리게  됐다.


법원은 부실회계를 진행한 케네스 레이 회장과 제프리 스킬링 CEO에게  각각 24년형을 언도했다. 엔론사가 정치권까지 로비를 진행했었다는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엔론 게이트’로 정치 이슈가 되었다.


이후 정치자금법 개혁안을 만들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 주도하에 정치자금법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글로벌 크로싱(Global Crossing) 사태


엔론의 뒤를 이어 분식회계가 폭로된 기업은 ‘글로벌 크로싱(Global Crossing)’이었다. 이 회사는 유선통신회사로 개리 위닉(Gary Winnick)이 1997년에 창립했다.


인터넷의 대두로 인한 통신사업의 투자금 유치와 함께 1998년 대서양 광케이블 연결사업을 수주했다. 창립 초기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갔다.


장거리 전화사업 회사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했다. 회사의 덩치를 키워나갔다. 투자자금을 계속 끌어 모았다. 이 과정에서 회계 장부 조작이 진행되었다.


개리 위닉(우측)  <출처 : 위키피디아>


최고의 회계 조작은 1998년에 진행된 월드컴과의 ‘회선임대 교환 거래(네트워크 스왑, Network swap)’ 건이었다. 두 회사 간의 네트워크 망을 교환하는 거래였다. 교환된 거래 규모를 회사 매출로 인식하여 장부에 반영했다.


이 사업은 실적이 부진해진 월드컴의 권유로 시작이 되었다.


네트워크 망 사업에 뛰어든 엔론과 경쟁사인 월드컴, 글로벌 크로싱은 서로의 회선을 임대해 주었다. 임대 가격을 장부에 반영하여 매출과 이익이 생긴 것처럼 만들었다.


2000년 3월 닷컴 버블이 무너지고 엔론 사태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 글로벌 크로싱은 분식 회계 사실을 공개했다.


회사는 파산했다.  파산신청 이후 60달러 수준이었던 주가가 장외시장에서 13.5센트에 거래 됐다.



글로벌 크로싱을 인수한  Level 3 Communications 사 로고 <출처 : 위키피디아>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았다. 자사주 매입과 퇴직 연금 등을 투자한 직원들도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개리 위닉은 파산 직전에 주식을 대부분 매도했다. 큰돈을 미리 챙겼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었다.


불법 내부자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회사 파산으로 손해를 본 직원들을 위해 일정액의 보상금을 내놓았다. 감옥행은 피했다.


월드컴 사태


월드컴은 1983년 창립되었다. 미국 전역에 유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했던 대기업이었다. 1985년 버나드 에버스가 회사 CEO로 취임했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나갔다.  


M&A,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의 덩치를 키워나갔다. 2000년까지 총 60여 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절정을 이룬 것은 'MCI 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를 인수한 1998년이었다. 월드컴은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전역의 통신망과 국제 통신망을 모두 장악했다.  


월드컴 로고 <출처 : 위키피디아>



회사의 연매출은 100억 달러(약 11조)에서 400억 달러(약 44조)로 단숨에 4배 이상 증가했다.


'MCI 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하면서 지출한 금액은 약 370억 달러(약 40조)였다. 월드컴의 자금 사정은 점점 악화일로를 걸었다.  


현금 보유량은 점점 더 줄어들고 회사채 발행과 금융권 대출로 근근이 연명했다. 글로벌 크로싱과 ‘회선임대 교환 거래(네트워크 스왑, Network swap)’는 어려움 속에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분식회계는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 되었다.


월드컴은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유동성 부족과 내부 직원의 분식회계 폭로가 발생했다.


2002년 증권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38억 달러(약 4조 2천억)의 분식회계가 발견되었다. 회사는 그 해 7월에 파산신청을 했다.


2003년 12월 미국 의회 특별조사위원회는 월드컴의 실제 분식회계 규모가 110억 달러(약 12조 1천억) 규모였다고 공개했다. 전직 CEO였던 버나드 에버스가 퇴임 전 4억 달러(약 4천4백억)를 횡령했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월드컴의 버나드 에버스  <출처 : 위키피디아>


연달아 밝혀진 분식회계 사건으로 전 세계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회계 기준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떨어졌다.  


결과로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2002년 7월 30일 발효)'이 탄생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상장회사의 회계 개선 및 투자자 보호법'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인 폴 사베인스 민주당 상원의원과 마이클 옥슬리 공화당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핵심 사항은 미국의 회계 개혁에 관한 연방 법률로, 미국 기업의 투명한 재무 회계와 감사 보고를 규정했다.  



폴 사베인스 민주당 상원의원과 마이클 옥슬리 공화당 하원의원  <출처 : 위키피디아>



재무정보 공시 강화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강력한 회계제도 개혁 의지를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진이 회계 장부의 오류가 있을 경우 처벌을 받도록 규정지었다.


이 법은 우리나라 및 다른 나라의 회계제도 개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상장회사의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었다. '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회계기준, 국제재무보고기준)'가 도입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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