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불면증에 관하여

by 이춘노

새벽 1시가 되어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방안에 시계 소리도 거슬려서 초침 소리도 나지 않는 시계로 바꿨다. 봄부터는 향초가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어두운 방에 환한 촛불이 가득하도록 놔뒀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사람이 한층 예민해진다.

수면장애가 왜 생기는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생활습관과 스트레스를 요인으로 이야기했다. 증상은 경험해본 사람만 아는 그러한 묘한 괴로움이 있다. 피곤은 한데 잠이 오지 않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을 했다. 아침부터 일어난 순간들이 사진으로 연속 재생하다가 시계를 보면 1시 30분이다. 2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지 싶어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 희미하게 들리는 개 짖는 소리에 몽롱했던 머리가 깨어났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이미 2시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밖을 나선다. 지리산 자락 바로 아래 공기 좋은 면사무소에서 일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방도 얻어서 지내고 있었다. 면사무소와는 걸어서 5분 정도였고, 문밖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람천이라는 하천이 보였다. 지리산 계곡 사이에서 내려온 물과 인월면에서 흘러오는 물이 합해져서 흐르다 보니 꽤 폭이 넓은 하천이다. 남들은 휴양지로 오는 이곳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은은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깜깜한 밤에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한여름에도 찹찹한 공기에 이불을 덮고 잠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금세 꿈을 꾼다. 나는 제대한 지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재입대를 하는 꿈을 꾸었다. 2년을 고생하고 제대를 했는데, 무슨 착오라고 하는지 재입대를 하란다. 너무나 억울하게 훈련을 받다 소리를 쳐보니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5시였다. 기억하기 좋아지라고 시계를 볼 때는 정각일 때가 많았다. 그것도 신기한데, 그보다는 잠을 못 자서 아까 꿈에서 훈련이라도 받았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꿈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굳이 억울해하지 않고 참았으면 서너 시간은 잠을 자고 아침을 맞이했을 텐데. 꿈마저 나약하더니 두 시간도 못 잤다.


일부러 이러한 부족한 수면 상태로 40분 동안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방을 얻었다. 그런데 직장과 5분 거리밖에 안 되는 상황이면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즐기지 못했다. 창가에 해가 뜨고 켜 놓은 향초가 거슬려서 촛불을 죽였다. 향이 끝나고 촛불이 꺼질 때는 탄내가 진동한다.


결국, 오늘도 실패했다. 몸은 피로한 데, 맘 놓고 잠들기에는 모호한 시간이다. 다시 잠들 것은 아니지만, 이불에 누워서 생각했다. 머리가 멍했다. 출근해야 했는데, 천천히 샤워하고 면도를 하고 머리를 말렸다. 오늘 입을 옷도 한쪽으로 챙겨 놓고서 다시 눕는다.

6시 이후에는 시계를 보는 횟수가 잦아진다. 15분 단위로 시계를 보다가 이내 5분 단위로 핸드폰을 확인한다. 그러다 출근 준비 알람 시간 전에 미리 알람을 해지했다. 정말 이제는 나가야 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침을 보내다가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출근길이 마치 한 시간 이상처럼 느리게 길을 나선다. 그리고 아쉬운 것은 어젯밤에 꿈에 다시 입대하더라도 제대하는 꿈을 꾸었다면 늦잠이라도 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잠을 자더라도 알람 소리에 깨어나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던 나에게는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전 19화미쳐가는 세상 속 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