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담긴 타인의 이름은

김소연 작가의 <마음사전>을 읽고

by 이춘노

내 방에는 책장이 없다. 그래서 온통 탑처럼 쌓여 있는 책무덤 뿐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책을 사고는 깨끗하게 보고 중고책을 팔거나, 지인에게 선물한다. 김소연의 <마음사전>은 배송부터 특별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종이로 된 포장지는 흠뻑 젖고, 함께 주문한 책은 물이 들어가서 일부분이 새책처럼 반듯함은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누구를 탓하겠나. 이 날씨에 책을 주문한 내 탓이다. 그래서 온통 낙서 같은 내 생각을 담을 생각이었다. 온전했던 <마음사전>도 같이 말이다.


결과적인 말이지만, 난 이 책을 정말 수많은 형광 밑줄과 내 생각을 다시금 적었다. 아마도 작가의 소개부터 마음이 동했다. '몸에 좋은 음식에 관심이 없고~'라는 말은 내가 평소에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었다. 그렇게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마음의 정의에 단어에 푹 빠져서 읽었다.

과연 작가의 생각은 보도자료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도 마흔 넘은 아저씨의 마음도 훔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이롭기까지 했다. 감성으로 또는 직관으로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확 와닿았다.


그리고 꼭 낱말이 아닌, 사람의 이름도 감성과 직관으로 내 사전에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 장을 덮었다. 살면서 수없이 들었던 타인의 이름들은 내가 배운 낱말처럼 익숙한 것도 있고, 잊힌 것도 있으며, 그리워하기도 했다. 간혹은 애써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던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난 상처가 받기 싫었기에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그렇게 쉽게 잊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을 부를 때면 누구나 해당하는 호칭이 편했다. 사무실 전화를 당겨서 받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릴 때 멈칫거리는 행동을 애써 들키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본다. 나쁜 머리 같은 여린 마음이라서 그렇게 난 이름을 잘 외우지 못했다.


<마음사전>


아마도 내 마음에 이름 사전에는 많은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인간을 믿지 않는 조심성이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무신경이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난 문뜩 외로움을 느꼈다. 그랬기에 마음이 닫혀서 아팠다.


요즘에는 밝게 웃으려고 노력한다. 타인과의 관계 유지도 꽤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격하게 체험하는 중이다. 배려심이 깊어서가 아니다. 딱딱한 호칭보다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해보거나, 사실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도 평소보다는 지켜보기를 즐겨한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의 장점이 보이고, 은은하게 좋아졌다. 그러니 이름이 외워졌다. 아마 곧 헤어질 인연이라도 나 또한 그 타인이 내 이름을 잊고 사는 것이 싫은 것 같다. 그렇기에 이토록 내 마음에 이름을 꾹꾹 눌러쓰는 걸까?

각자의 이름에 정의는 내 마음대로 적어 놨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과거보다는 좀 더 힘 있게 적어서 그 깊이가 다음장에 보일 정도는 된다는 점이다. 다음 페이지에서도 다시금 생각나도록 각인하도록 노력 중이다.


다름 아닌, 바로 너의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