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에는 이곳이 맛집이다

남원 <쌈지김밥>에서 저녁을 먹었다

by 이춘노

머리를 잘랐다. 파마머리가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서 엉키고, 멋대로 뻗어 나가는 상황을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시점. 퇴근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흔히 말하는 칼퇴를 불금에 시도했다. 딱히 약속은 없다. 퇴근의 이유는 단정하게 머리카락을 다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단골인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무심코 걷다가 익숙한 장소에서 발길을 멈췄다. 내가 신규 시절부터 줄곧 저녁 식사를 했던 <쌈지 김밥>이었다. 저녁 7시가 좀 넘은 상황에서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서 먹을 것이라고는 빵과 라면뿐이었다. 최근에는 장도 볼 시간이 없어서 김치 조각도 냉장고에 없었다.

지난 주말부터 골골거리더니 결국 월요일에는 출근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렵게 출근해서는 밤늦도록 야근과 이른 출근을 반복하다가 이제야 헝클어진 머리를 보았다. 아마도 금요일 저녁이 나를 위한 식사도 첫 끼니가 아니었을지? 먹는 것에 진심이라는 글쓴이가 두유와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주변 사람들은 잘 아는 사실이다.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문을 하고, 마침 주방에서 나온 사장님 얼굴을 보고 인사를 했다.


"지금은 어디 계세요?"

그러한 질문으로 근황을 묻다가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른바 노총각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한국 나이라는 개념으로 마흔 하나인 나는 아직도 사장님 기억에는 야근을 하기 위해서 항상 떡볶이를 좋아하던 사회 초년생으로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벌써 10년이 되었다.


지방 소도시에서 간편한 분식집은 찾기가 어렵고, 위치도 좋은 오래된 음식점은 드물다. 그렇게 관내에 있던 혼자서도 맘 편하게 먹을 수 있었던 식당이 이곳이었다. 주로 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간혹 라볶이를 먹기도 했다. 창문 근처에 앉다 보면은 지나가는 지인이 나를 보고 인사도 했던 나에게는 인생 밥집이었다. 초임지에서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먹었던 음식만 해도 매달 월세를 내고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느끼면서 숟가락을 들었다. 변함은 없는 맛이지만, 또 변한 것도 많았다. 반찬을 담던 작은 그릇과 나이가 들어가는 내 모습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다시금 늦은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서 끼니를 거르고 눕다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싶은 마음으로 웃으며 일했건만, 불평이 터져 나왔다.


이런...


긍정이라는 내 인생 연기가 풀려 버린 것을 보니, 사는 것이 혹은 사람의 마음을 대하는 것이 수천 개의 셀을 정리하는 것보다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은 최대한 웃었다. 긴 시간 동안 내가 글을 쓰지 못했던 시간 동안 힘들었지만, 글로 나의 마음을 담아낼 초심을 돌아본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김치볶음밥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남원 <쌈지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