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의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를 읽고
인터넷이 있음에도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는 이유는 하나다. 진열된 따끈한 신작을 접할 기회는 온라인으로는 힘들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책은 언젠가 읽을 수 있다. 판매 순위와 서평도 검색 가능하지만, 나온 지 몇 개월 안된 서적은 그런 자료도 없다. 오직 제목과 표지와 목차에서 느껴지는 감이 전부이다. 그렇게 한 번 방문하면서 꼭 읽게 되는 것이 새로 나온 서적이다.
참 여러 가지 장르를 골고루 보려고 하는 입장에서 '물'이라는 주제로 어디까지 내용을 채울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직접 서점에 가는 이유와 닮은 책의 주제와 같았기에 더 의미가 깊었다. 물은 고여 있지 않고 순환해야 의미가 있다. 지구상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어느 곳에 사용되는가에 목적과 형태가 달리 되기도 하는 점에서 서적과 비슷한 모습이다.
"베스트셀러만 읽기에도 이 세상 책은 벅차다."
아는 지인이 했던 말이다. 사실 이 말에는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나와 같은 아마추어 작가에게는 더 없는 슬픔을 주는 말임에도 틀림없다. 세상이 최고로만 기억되는 것만 기억한다면, 누가 내 글을 읽어 줄까? 그런 마음에 내가 매달 신작을 찾아 읽는 것도 나를 위한 발버둥 아닐지.
물이라는 것은 순환이다. 그리고 조금 철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고인 것을 이동시키는 힘도 있으며, 평준화시키는 물량도 있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포용력도 있기에 예시로 많이 나오는 물질이다. 신기하게 나도 이러한 '물'이라는 물질에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인생이다.
하루의 시작은 출근을 위한 세수부터이다. 차가운 냉수에 얼굴을 적셔서 일할 정신을 찾는다. 그리고 아침은 거르더라도 혈압약을 먹기 위해서 물을 마시며, 카페인의 중독된 내 머리와 위장에 모닝 카누를 연신 마셨다. 쓸데없이 떠들었던 내 목에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역시나 음료이다. 미지근한 맹물을 마셨을 때가 가장 평온하다. 그리고 퇴근은 수면을 돕기 위한 약을 먹기 위해서 마신 물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새로운 신규 직원이 와서 더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분위기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음에도 최선을 다해서 알려주었다. 위치는 서로 수평적이나, 지식에 있어서는 수직적인 상태이기에 위에서 내려진 경험이란 물을 아래로 내려주는 것도 선배의 몫이니까.
바빴다. 그렇게 물을 퍼 내리느라. 또 조직을 위해서 타인의 업무를 조금씩 돕는 것도 자연스럽게 행하다 보니 명절이 다가왔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참 많이 아팠다는 것을.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왔다. 기침이 마스크를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많이 아파본 내가 감으로 느끼기에 꽤나 큰 독감이었다. 그래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퇴근 후에 약을 한 뭉치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3일 동안을 그렇게 누워 있고, 약을 먹고, 잠을 잤다. 인간이기에 열이 났고, 그만큼 땀을 흘렸다. 참으로 무력한 명절이지만, 다행인 점은 이렇게 맘 놓고 아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시간을 못 느끼다가 새벽에 비가 쏟아지는 것을 듣고는 닫아 둔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고, 수증기 품은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와닿자. 책을 읽고 싶어졌다.
몸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자다 깬 틈에 스며들듯 이 책을 읽었다.
다행이다.
아프지만, 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또 어느 주말에 서점을 가서 이 책을 골랐기에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정말 스며들듯 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이 다시금 생겨서 고마웠다. 다 어찌보면 내가 그동안 마셨던 '물'이 해준 일일테지? 앞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물처럼 살고 싶다. 물론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진심으로 그리 살았아면 좋겠다.
아프지 않았다면, 추석 밤에 달님을 보고 기도를 했을지 모르겠다. 무심코 지나버린 추석이지만, 속으로 기도를 해본다.
"물처럼 살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