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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Feb 27. 2024

친구들과 고향에서 회 먹어보기

남원 <동해수산>에서 설 모임 갖기

  소주를 마실 기회가 생겼다.

  모처럼 친구들이 고향에 내려와서 말이다. 이것이 고향에 사는 사람이 갖는 특권이랄까? 일부러 하루를 비워둔 보람이 여기 있었다.


  그렇다고 세 명이 모이지만, 남원에서도 꽤 먼 곳에 사는 친구는 소주가 아닌 사이다를 마셨다. 역시나 내가 차를 두고 천안을 가야 편하게 먹겠지만, 이렇게 모인 것이 더 반갑기에 문을 열었던 회집에서 모임을 시작했다.

  코스요리의 장점은 여러 가지를 먹는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많이 나와서 배가 부르다는 것인데,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최고 아닐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흔이 넘어가니 역시나 힘든 고충이 술술 나왔다.

  집안에서도 직장에서도 쉽게 살아가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겠으나, 쌍둥이 아빠의 육아보다도 친구들은 최근 어머니 시술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아마도 녀석들에게 이런 내 모습은 익숙했다. 오히려 그랬기에 더 짠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지만, 내가 백수였던 시절에도 친구들이 도움을 많이 주었다.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다가 주머니에서 봉투가 나왔다. 뭔지 알기에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 순간 교차했다. 아마도 나 모르게 둘이서 돈은 모아서 주는 것일 것이다.  잠시 이야기 흐름이 끊어지긴 했지만, 애써 거절하지 않았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 봉투를 주는 것도 또 받는 것도 친구이기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존재가 소주와 같다는 생각을 나는 종종 글을 통해서 내비쳤다.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안주가 있어도, 간혹 컵라면에 병으로 한 모금 마시는 자리어도 마냥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나에게는 친구이다.

  다행인 것은 그런 친구가 나에게는 둘이나 있고, 그 진한 도수의 소주를 함께 잔을 주고받는 사람은 럿일 필요도 없다.

  

  이날은 함께한 친구와 푸짐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셨지만, 과거에 우리는 딱히 그런 것이 없을 때도 함께 했고, 어려운 시절에 나를 위해서 당시에도 봉투를 줬던 친구들이 있었기에 마음이 뜨거웠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쌍둥이 아빠가 된 친구의 차를 보면서 흐뭇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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