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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Feb 20. 2024

다시 찾아간 장어구이집

남원 <청룡집>에서 부모님과 장어구이

  '장어를 먹고 싶다~'


  입원이 길어지자, 어머니가 나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딱히 시술 때문에 식사도 못하시는 분이 매콤한 장어구이를 굳이 드시겠다고 하는 것이 상황상 맞지 않으면서도,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 년 전에 함께 식사를 하던 추억 때문인지? 퇴원하면 함께 식사를 하자 하고는 시간이 흘렀다.


  퇴원을 하고도 날이 흐리고 비가 왔고, 다시 날이 좋았던 시간이 지나고는 명절도 지났다. 그리고 아버지 생신이 있던 주에 뭘 먹을지 여쭤보니 여전히 '장어'였다.


  그렇게 3명뿐인 가족이 함께 '청룡집'이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여기는 매운탕도 있지만, 유명하기로는 고추장더덕 장어구이가 유명한 곳이다. 이른바 맛집인데, 예약이 없으면 무척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서 식당을 갔고, 들어가고 점심시간을 맞춰서 갔던 그 틈에 반찬과 음식이 나오고, 차츰 비워졌던 식당 테이블이 사람들로 채워졌다.


  시작은 역시나 돌판에 지글지글 나온 빨간 양념의 장어와 하얀 더덕 이불이 덮혀진 상태의 메뉴였다. 살짝 매웠을 수 있겠지만, 상추와 깻잎으로 싸 먹는 맛도 있다. 별다른 느끼함은 더욱 없다. 애초에 그런 것은 제외하기 위한 매콤한 양념과 더덕의 향이다.

  비벼 놓아도 그렇다. 산청에서 약초를 함께 먹는 것도 먹어 보았지만, 역시나 더덕과 양념만 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먹는 맛도 보는 맛도 함께 가지고 있는 은혜로운 맛이었다.

  그리고 장어가 돌판에서 거의 없어질 무렵에는 공깃밥을 참고 비빔밥을 몰아서 먹은 것을 후회하지 않게 먹었던 불판에 김가루까지 뿌려진 맛난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 겸사로 누룽지가 나온 것은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이미 만족스럽게 배가 찾다고 하시는 부모님은 맛있다고 하시면서 다음을 이야기하셨다. 사실 내가 여기를 온 것이 2020년 4월이다.

  당시를 떠올리면 내가 첫 휴직을 하고, 첫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식당이었다. 이 식당은 우리가 사는 집과 정반대였고, 내가 맛본 것을 부모님께 알려드리고 싶어서 갔던 곳이었다. 그걸 잊지 않으시고, 종종 말씀하셨는데 이제야 모시고 갔던 것이 마음이 쓰였다.

   

  사람은 왜 그럴까?


  아니 아들은 또 왜 그럴까?


  좀 늦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후회를 하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나 주변을 돌아보는 바보같은 일을 항상 반복하는 마음. 알면서도 그렇게 무디게 살다가 또 후회를 했다. 어머니가 또 간암을 재발하고서야 맛난 것을 사드린 아들은 마음이 자꾸 쓰였다.


  아는 맛인데,


  맛있는 그 맛처럼 나는 장어도 맛있지만,


  비빔밥이 더 기억이 나는 것은 또 무슨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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