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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Feb 06. 2024

꼬막짬뽕을 먹고 간병해요

전북대학병원 앞 <향미각>에서

  살짝 지쳤다. 간병이란 것이 모든 것이 환자에게 집중된 상황이라서 정작 보호자는 끼니를 때우기 생각보다는 어렵다.


  금식에 지쳐있는 어머니를 보고 식욕이 없다가 시술이 마치고는  저녁 식사를 하시는 것을 보고서야 시계를 보니 7시가 되어 갔다. 아마 이 시간에는 딱히 지하 식당에서도 많은 메뉴가 없었다. 애초에 늦은 시간이기에 병원 근처 중국집을 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끔 오는 대학병원이었기에 뭐가 맛있을지 검색을 했기에 평소에 먹고 싶었던 짬뽕집을 갔다.

  <향미각>에서 좀 특이한 메뉴 꼬막짬뽕이었다. 보기에도 무척 매워 보였지만, 자주 보는 홍합이 아닌 꼬막이라서 한 번은 먹어 보고 싶었다. 짬뽕은 홍합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깨버린 내륙 어느 대학병원 앞 중국집의 메인 메뉴는 무척 흥미로웠다.


  사실 꼬막은 손질이 어렵다.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좀 비싼 식재료이기도 하다. 전에 라면에 이것저것 넣어 먹으려다가 꼬막을 한 번 넣어 보았지만, 생각보다는 해감이 어려웠던 기억도 있다.


  문제는 맛이겠지?


  아마도 병원 근처 식당에서 오는 적은 염분과 매운맛을 여기서 모두 몰아 놓은 것은 아닐지? 오래간만에 먹으면서 땀을 줄줄 흘렸던 것은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병원 문 밖을 나서는 경우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거나 어느 정도는 환작가 혼자 있어도 걱정이 안 되는 상황이기에 가능하겠지. 그 맛도 그렇기에 느껴지는 감흥이라면 그 맛이 충분히 느껴졌다. 간병의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더 없는 메뉴였고, 매콤한 맛이고, 잠시나마 먹는 것에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일 것이다.


  한참 땀을 흘리고, 나눠준 박하사탕을 입 안에 넣고는 병원을 들어가는 동안 찬 공기가 잠시나마 시름을 식혀주는 기분. 이 맛에 짬뽕을 먹는 것일까? 한시름 놓은 아들이 커다란 병원을 바라보면서 느낀 소소한 감정이었다.

* 참고로 맵찔이는 다음날 고생하니 유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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