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Jan 23. 2024

여수에도 포석정이 있다

바닷가에서 먹는 육고기. 여수 <포석정>

  "생고기 먹기 힘드네..."


  회는 먹기 쉽지만, 소고기 생고기는 먹기가 쉽지 않다. 설령 먹었다 하더라도, 기분 좋게 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 싶은 욕망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 마음 가득한 가운데, 나는 바닷가에서 육고기를 먹었다. 보통은 회를 먹거나, 해산물을 더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바로 '여수'였다.


  과거 내가 여수에서 보였던 음식은 '해물삼합'이다. 맛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널리 알려진 이름에 비해서는 비싼 가격과 적은 양으로 실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른바 바다에 와서 관광을 했으니 먹는 인증 음식이랄까? 포항에서는 과메기가 있고, 부산에는 밀면, 제주도에서는 갈치. 여수에서는 '해물삼합'이다.


  그래서 모처럼 음식에 틀을 좀 깨고 싶어서 바다 구경하다 말고 고깃집을 검색했다. 이름은 '포석정'이었다. 차를 두고, 기차를 갔다. 소주도 한 잔 마셨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시들어가는 창작의 욕구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허기진 기운에 고기도 필요했다.

  기왕이면 생고기가 있었으면 했다. 식감과 양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먹을 기회가 적은 와중에 육회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정갈하게 접시에 나온 것과는 상관없이 역시나 먹는 기분은 우걱우걱 젓가락을 가져다 움직이는 손놀림이 빨랐다. 거기에 소주 한 잔을 주고받으면, 이미 한 병은 순식간에 비워졌다.

  그렇지만 생고기에 소고기는 먹기가 힘들었다. 두툼하지 못한 지갑도 그랬고, 먹기 부담스럽지 않은 삼겹살이 주문하기도 편했다. 그렇게 삼겹살과 서비스로 나온 선짓국을 번갈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갈비도 냉면도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물론 소주는 여러 병 비웠기에 몽롱했다.

  어쩌면 평범했을지 모를 맛일까? 근처 고깃집을 찾아가서 먹었다면 더 만족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런 단골집은 내가 사는 어딘가에는 많으니까. 내가 아는 곳도 몇 군데는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이토록 즐겁게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곳이 여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 보면, 나도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내 주변에서는 먹는 것이 항상 같았다. 그런데 막상 내가 여행을 가서는 어떨까? 특별할 것 없이 바닷가에서는 회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던가? 그것이 상식이기에 그랬지만, 매번 여수를 왔던 내 기억에 여수에서 고깃집을 간 기억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익숙하고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은 모두 비슷할지 모르겠다. 난 그런 의미로 바다에서 먹은 육고기가 맛났다. 항상 그렇게 살아온 삶에서 약간의 변칙적인 것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내가 바닷가에서 육고기 먹방 찍은 것 처럼 말이다.

이전 13화 우리, 가족은 아닙니다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