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Jan 09. 2024

부안의 하늘과 바다는 동해의 푸름을 닮아있다

부안 <바다바을>에서 바다 대신 맑은 국물에 빠졌다

 '서해 바다에서 가장 동해 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 어딜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라도에서는 부안이 아닐까 싶다. 바다를 보기 위해서 편한 길을 찾자면, 고향에서는 여수가 제일이다. 다만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난 부안을 가보자고 추천한다. 바다색도 해안선의 경치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수간만의 차로 펼쳐지는 신비함도 함께 가진 곳은 이곳뿐 아닐지?


  바다를 둘러보기만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런 풍경은 어디서도 쉽게 보지 못했다. 아마도 남해의 어쩐지 가깝지만 짠내 나는 탁한 바다와 서해의 넓은 갯벌. 동해의 푸르지만 단조로운 해안선은 각각 매력은 넘치지만 뭔가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니까.


  물론 난 바다는 동해가 좋다. 우리가 배웠던 바다의 본연의 색을 가진 곳이고, 쭉 이어진 해안도로는 드라이브하기 좋고, 북쪽으로 갈수록 신기한 절벽의 모습은 동해만 한 곳은 없다.

  하지만 나는 지리산에 사는 남자. 아쉽지만 그런 동해 바다는 쉽게 마주하기 힘들다. 최근에 갔던 포항 정도가 적정한 경계라면 나름 새해를 맞이해서 갈만한 거리에 푸른 바다는 '부안'다.


  오전에 달려서 도착한 부안 격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마 나와 같은 마음으로 다들 이곳에 왔을까?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난 바다를 만나기 전에 배를 채웠다. 그렇게 만난 곳이 <바다마을>이었다. 이름은 한적한 어촌 마을 식당 같지만, 기다리는 줄은 어느 도시의 번화가 음식점보다 더 분주하고 바빴다. 아마도 이곳에서 유명한 맛집임에는 틀림없었다.


  사실 어느 이름 없는 포구에도 맛집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채석강이라는 유명한 관광지 맛집이라고 해도 바닷가의 음식이 거기서 거기겠지 싶었는데, 시켜 놓은 메뉴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번 음식의 콘셉트는 난 '맑은탕'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메인 사진은 일행과  함께한 메뉴였다.


 '갑오징어볶음'.


  요즘에는 오징어 볶음으로 밥을 비벼 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매콤하고 달달한 오징어볶음을 만나보기 힘들었다. 기껏해야 낙지나 혹은 주꾸미 정도였나? 통통한 오징어를 한 젓가락 들어서 꼭꼭 씹어 보니, 무척 감격스러웠다. 다만 살짝 매워서 좀 부담이 되었을 때. 나에게는 바지락 칼국수가 있었다.

바지락 칼국수

  나는 항상 얼큰한 것만 찾았다. 붉은 국물에 흠뻑 위장을 혹사시켰는데, 은 국물에 시원한 맛에 면보다 국물을 들고 마셨으니까.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리고 면도 쫀듯하니 칼국수 면이라기보다는 오동통한 너구리 면발에 실물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매력 있는 식감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감칠맛 나는 이 맛은 다른 메뉴에도 비슷했다.

  해장국으로 나온 황태국은 맑은탕의 전형적인 맛이었다. 약간 들어간 칼칼한 고추와 황태만의 시원한 국물맛은 텀블러에 넣어서 마시고 싶은 맛이었는데, 주변에 이런 해장국집이 있다면 아마도 매주 갔을 것 같다.

바지락 황태국

  반면에 바지락 비빔밥은 달근한 맛이면서 야채가 많아서 조갯살과 더불어서 맛있게 비볐다는 느낌과 옆에 서비스로 나오는 조개탕이 번갈아가면서 숟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단연 맥주보다는 소주가 떙기는 맛이면서도 이것으로 해장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잔에 술이 목에 넘어가면서 생각나는 맛. 

바지락 비빔밥

  이것 말고도 다른 메뉴가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탕이 맑은 것이 부담이 덜해서 남녀노소가 호불호가 없겠으나, 어른이 느끼기에는 술을 부르는 맛이기에 운전자는 조심해야겠다는 약간의 팁을 드린다.


  무심코 간판을 보고, 하얀 바탕과 파란 글씨가 밋밋해 보일지 모르겠다는 것이 처음 생각이었다면, 나와서 본 식당의 풍경은 바다 그 자체였다.

  무작정 바다가 보고 싶었던 지리산 남자가 부안에 와서 바다는 안 보고 음식을 먹었고, 바다를 보았다. 역시나 마음이 평온하니 바다와 하늘이 푸르다.


 자극적인 것은 1도 없는 곳. 

 순수한 어느 포구의 바다의 모습에서 동해바다의 푸름과 널은 마음을 느꼈다면,


 부안 바다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먹은 맑은 음식의 맛 때문일까?


 무엇이 우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없이 평온한 새해의 어느 날은 기억 남을 풍경과 맛이었다.


이전 11화 포항 영일대에서 조개구이를 먹은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