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Jan 16. 2024

우리, 가족은 아닙니다만

남원 <가족>에서 회식을 했다

  가족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가족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항상 함께하는 사람은 가족보다는 오히려 직장 동료였다. 생각해 보면 미성년자였던 학창 시절에는 동급생들이 있었고, 노년을 즐기는 어르신을 뵙다 보면 경로당의 회원들이 더 친근했다. 그만큼 우리의 인생에서 집을 넘어서는 넓은 울타리의 소속감은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가장 맛있는 족발> 집에서 식사를 했다. 거창하게 회식이라고 했지만, 항상 함께 밥을 먹는 사이다. 한솥에서 밥을 퍼먹는 사이는 아니지만, 일하는 시간 이외에도 우리는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아마도 점심도 모자라서 저녁까지 함께한다는 것이 핵심이겠지.

  거기에 소주를 마신다면 식사일까? 아님 모임일까? 아마도 식사라기보다는 모임이 맞는 것은 술이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술을 먹기 위한 메뉴가 고민이겠지.


  굽는 사람도 없이 집어 먹고, 잔을 들어 올리는 것도 좋다. 게다가 가격도 적당하다면, 인원 수가 한 두 명 좀 늘어난다고 해도, 마음 편해진다. 어느 순간 치솟는 물가에 사람들의 시선은 음식과 사람이 아니라, 메뉴판에 고정되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그런 의미에서 족발과 보쌈은 그리고 파전은 최상의 메뉴이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사람이 가득한 족발집은 테이블마다 음식과 소주병이 가득하다. 편하게 잔치집에 온 기분으로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덧 빈 그릇이 되었다.


  술잔이 돌다 부족하면 다시금 한 접시 시켜놓고, 남은 김치와 소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가장 맛있는 족발>이라는 이름보다는 <가족>이라는 줄임말에 더 끌리는 것은 우리는 지금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공감 가기 때문 아닐지? 그렇게 나의 가족들을 둘러본다. 참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소주 한 잔 하자 말해볼까?

이전 12화 부안의 하늘과 바다는 동해의 푸름을 닮아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