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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Feb 13. 2024

갈치찌개에 공깃밥 추가 당연하지?

통영 <동해식당>에서 갈치찌개를 먹다

  평소에 먹기 어려운 음식이 있다. 아마도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한 음식이 그렇고, 메뉴 자체가 잘 눈에 보이지 않는 음식? 아마 나에게는 찌개 종류. 특히나 갈치찌개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에는 갈치를 제법 많이 먹었다. 주로 몸통에서 살이 오른 부위를 잘 구워서 가시를 발라서 밥 위에 놓고 한 숟가락 먹으면 그 단맛이 일품이었는데, 요즘은 갈치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제주도나 가야지.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구경도 하기 힘든 갈치찌개에 밥을 먹게 되었다.


  통영은 남해 바다에서도 여수 다음으로 가기 쉬운 곳이기는 해도 잘 가지는 않는다. 보통은 단체 여행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충무김밥을 먹고, 꿀빵을 먹는 정도로 여행이 단조롭다. 물론 개별 여행이라면 좀 거북선도 구경하고, 통영에 마스코트 갈매기를 보면서 사진도 찍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수보다는 작아 보여도 확실히 먹을 것에 대한 선택지는 좀 다양한 것 같았다. 충무김밥과 꿀빵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다찌'이다. 전주에도 있는 막걸리 골목처럼 술을 주문하면 그날 주방장 기분에 따라서 메뉴가 나오는 술집이 다찌라고 하는데, 요즘은 '반다찌'라고 코스 요리가 주로 대세였다. 과거 감성을 갖고 간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세 가지 유명한 음식 말고도 계절에 먹기 좋은 전복요리나 물메기탕이나 복요리도 제법 눈에 보였다. 그러한데도 내가 갈치찌개를 고른 것은 그 양념에 밥을 쓱쓱 비벼 먹던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었다.

  흰 밥에 간장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이라는 시절을 떠올리면 사치 같으나, 잘 구워진 김과 간장과 솥밥에 이미 식욕이 올라 버린 나는 메인으로 나올 갈치찌개 전에 추가로 공깃밥을 시켰다. 그 정도로 양념된 국물과 뽀얀 갈치 살은 이른바 밥도둑이었다. 간장게장이 싱싱한 게살의 단맛이라면 갈치찌개는 매콤한 달달함이다.

  조심스럽게 가시를 빼고 살과 국물과 밥알을 꼭꼭 씹어 먹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다 보니 빈 그릇이 되었고, 덕분에 나는 어린 시절 소원이던 맛있는 갈치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으니, 행복도 참 소소했달까?


  여러분의 소소한 추억의 음식은 무엇이었는지 궁굼하면서 다음에는 구이를 먹겠다는 다른 소망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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