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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14. 2024

80년대생과 30대들이 모였다

남원 <용식이 삼겹>에서 고기를 먹다

  비가 오니 삼겹살이 나를 부른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오히려 비가 너무 오면 약속 잡기가 어렵다. 폭우라도 쏟아지면, 비상근무가 있어서 하늘을 보고서야 약속을 잡는다. 그게 비슷한 우리 나이를 가진 고만고만한 80년대생과 30대 공무원이었다. 사실 40대인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30대라서 굳이 세대를 넣을 필요는 없었으나, 유일한 공통점이 시대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당시에 공무원은 안전한 직장의 표본이었고, 어찌하다 보니 함께 일하는 우리는 면사무소 직원들이니까. 그런 우리들이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을 보고, 일기예보도 확인하고 칼퇴를 했다.

  항상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어찌 보면 서로의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보통은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은 보내는 기간을 생각하면, 졸업 이후에 친한 친구와 평생 밥을 먹는 시간보다 더 많은 끼니도 같이 한다. 그럼에도 일하면서 함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각자의 생활이 있고, 일이 있고, 각종 행사와 비상근무에 지친 이유도 있겠지.

  그럼에도 우리가 모인 이유는 곧 정기인사가 있을 것이기에 지금 아니면 모이기 힘들게 때문이었다. 6개월에는 한 번. 자리 변동이 있을 때마다 적응했던 사람과 이별하는 것도 익숙해질 법도한데, 마냥 아쉽긴 매번 같다. 이번에도 혹시나 하며 비가 오지 않는 날을 하루 잡아서 술을 한 잔 하자고 서로 의기 투합했다.

  20대와 50대와는 사뭇 다른 고충이 있는 우리들끼리 하고픈 말이 있어서 말이다. 고기를 굽기 전부터, 시원하게 말아 둔 소맥에 각자 갈증을 풀었다. 그리고 고기가 구워지고는 각자의 맞는 취향에 건배를 했다. 삼겹살에 맛있다는 <용식이 삽겹>에서 집게를 서로 잡고는 안주를 만들어 낸다. 누가 프로 공문생산자 아니랄까 봐 고기는 참 잘 굽는다.

  잘 부풀어 오른 계란찜을 취기에 톡 터트리고, 숟가락으로 퍼 먹으면서 이야기 꽃이 피어났다. 각자의 가정과 약속도 있지만, 불금에 모여서 이야기를 쭉 이어가다 보면 결말은 모두 나중에 떠나는 이야기뿐이다. 사실 이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도 난 누군가와 비슷한 말을 하면서 이곳에 왔다. 반복적인 시기의 연속이지만, 아쉽기에 좀처럼 헤어지기 싫어서 모두 2차를 갔다.

 사실 2차부터는 취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진 못 했지만, 그자체로 즐겁다. 말을 했기에 즐겁고, 함께 있기에 흥이 났다. 어릴 적 만난 것 같은 친구들처럼. 물론 그래도 결국은 집으로 헤어지는 결말이라도 또 만나기를 기약하면서 기쁘게 손을 흔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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