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대도시나 어느 술집 근처에는 항상 감자탕 가게가 있었다. 앱에서 배달을 하는 시대가 아닌 과거에도 중국집과 더불어서 배달이 되었던 몇 안 되는 야식 음식이었다. 술을 부르는 마성의 메뉴. 감자탕을 소주 없이 먹기에는 허전하지만, 해장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이해 가는 상황이었다.
20년 전에 나는 광주 충장로를 제법 갔었다. 지금은 거의 없는 일이지만, 저녁에 친구를 만나고는 술을 마시면 막차가 끊어졌다. 그렇게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그리고는 먹었던 해장 음식이 감자탕이었다. 뭐 매번 먹었던 메뉴는 아니었지만, 김밥 서비스 국물로는 해장이 안되면 별 수 없는 긴급처방에 뼈를 쪽쪽 발라서 국물까지 다 먹었던 20대. 지금은 그 맛 때문에 먹게 되는 것 같았다.
과거 정(情) 가득할 것 같은 식당의 허름함이 없는 신식 건물에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선택을 고민했지만, 역시 우거지 감자탕을 골랐다. 그렇게 감자와 수제비, 우거지가 가득한 가운데 역시나 살코기 가득한 뼈를 보면 뿌듯해졌다. 아직 먹기에 이른 것 같지만, 국물이 끓어오르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 같이 나온 반찬을 보면 새로 한 것 같은 김치와 깍두기를 보면 맛집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아무리 맛이 강한 음식을 먹더라도 기본은 밑반찬이니까.
일단 익은 것 같은 우거지를 후후 불어가면서 겨자 소스에 찍어 먹어보니 감찰맛이 소주를 생각나게 했다. 해장을 위해서 방문한 집인데, 술을 부르는 맛이라니.
다들 마음은 비슷해서 그럴까? 이미 다른 테이블에는 빈 소주병이 드문드문 보였다. 야들한 고기를 조심스럽게 뼈에서 뜯어먹고는 국물을 떠먹어 본다.
"꺄~"
국물이 뜨거운데, 시원했다. 그리고 김치와 다른 반찬을 먹으며 맵고 짭조름한 조합을 즐긴다. 사실 오전이었느니 해장이고 저녁이면 좋은 안주였을 감자탕이 텅 비어질 순간까지 먹다가 배부른 포만감에 만족스럽게 나간다.
모르는 맛이 아니기에 상상으로도 즐겁지만, 먹고 나면 다음이 기대가 되어서 행복한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