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금생춘>에서 짬뽕 먹다
요즘 살이 부쩍 쪘다. 물론 처음 도달한 체중은 아니지만, 초창기 글을 썼을 무렵에 자신 있게 살을 뺐다는 자랑이 무색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핑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작년부터 허리가 아파서 운동을 못 했고, 수술까지 하고 나서는 좀처럼 움직일 틈이 적었다. 게다가 지금은 여름. 장마철이다.
라면은 그렇다고 해도, 어쩐지 짬뽕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남원에서도 제법 유명하다는 중국집에 덜컥 들어가 버렸다. 그것도 짬뽕으로 유명하다는 <금생춘>으로 말이다.
난 짬뽕을 먹을 때, 자극적이지 않는 곳을 좋아한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물을 마시면서 즐길 수 있으면 최상이다. 사실 짬뽕은 바닷가에 가면 더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 또 워낙 대중적인 메뉴라서 미세한 조리법에 따라서 맛도 천차만별이다. 가끔은 자극적인 꼬막짬뽕이나, 군산의 고추 짬뽕도 좋다. 그래도 기본에 충실한 시원한 맛은 질리지 않아서 더 좋다.
나는 과거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라면을 먹지 않았었다. 확실히 다이어트에 라면은 여러 가지로 실패의 기름과도 같았고, 그래도 사람인지라 출구가 필요했어서 난 짬뽕을 깔끔하게 먹고 걸었다. 집에서 라면을 먹다 보면 바로 눕게 되고, 라면에 식은 밥은 진리라서 피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짬뽕은 곱빼기만 먹지 않는다면, 라면보다는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간 영양이 있는 음식이었다. 또 걸어서 식당까지 가는 운동도 마치고 죄책감에 걷는 것은 덤이다. 그렇게 정말 먹고 싶은 짬뽕 한 그릇을 깔끔하게 비우고, 땀을 흘리며 걸었다.
날이 더워서일까?
약간 뜨거운 것을 먹어서?
아니면 매운 것을 먹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흘린 땀이 배도 부르고 시원해서 좋았다. 그리고 지금의 살도 땀처럼 쭉쭉 빠졌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겠지? 참 짬뽕 한 그릇에 많은 생각을 했긴 했으나, 맛이 좋아서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