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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30. 2024

닭이고 소인 신묘한 것을 먹다

광주 충장로 <신묘한 곱도리식당>에서 소주를

 비가 내리는 주말에 광주를 가는 것은 과연 잘하는 일일까? 비가 내릴 것이란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폭우가 내릴지는 예상 못 했다. 하지만 1주일을 기다린 오늘이었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다시금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내가 갔던 충장로를 생각했다. 터미널 주변도 내가 자주 다녔던 그 시절과도 달라졌지만, 대학생 때 종종 놀러 갔던 충장로파출소 주변은 20년이 그대로 비껴가진 않았을 것이다.

 모처럼 가는 충장로에 약속을 잡고는 메뉴를 결정하기 힘들었는데, 새로운 메뉴를 골랐다. 평소에 종종 들었지만, 먹어본 적은 없었던 메뉴.


 '곱도리탕'

 바로 그걸로 정했다.

 이름이 좀 특이한 '신묘한' 맛이 어떨지 좀 의심스러웠지만, 매장에 들어가자 가족들이 함께 생일 파티를 준비 중이었고, 비가 우산을 써도 어깨가 젖을 정도로 내리는 폭우에 배달원들이 왔다 갔다. 확실히 비는 신묘한 이 맛을 부르고 있었나 보다.

 나는 곱창도 좋아하고, 닭볶음탕도 좋아한다. 다만 이제는 그것을 먹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메뉴이다. 맛있는 집을 찾기도 어렵고, 사람들을 모아야 먹을 수 있는데 시간도 좀처럼 없다. 그래서 흔하디 흔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런 신메뉴는 도전하기 어려웠다.

 내가 십 년이 넘은 시간이 흘러서야 익숙했던 충장로에 온 것처럼. 익숙했던 놀이터도 이제는 생소한 장소가 되어버린 것도 나이 탓일까?

 고민했던 것과는 다르게 매운맛으로 고른 곱도리탕은 익숙하면서도 가게 이름처럼 신묘했다. 닭도 그렇고, 소곱창도 그렇고, 씹는 맛을 더 즐겁게 해 준 라면 사리까지. 매콤하니 쫀득한 것이 떡보다 즐거웠다. 라면사리는 반쯤 익어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느낌이랄까? 약간 자박한 국물을 함께 숟가락으로 퍼먹는 감성도 매력적이었다.

 역시 이런 날씨에 좋은 메뉴를 두고 소주를 그냥 둘 수 없어서 겨울날씨처럼 시원한 소주를 한 잔 따라 놓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생을 이야기했다.

 사실 주변은 많이 변했지만, 충장로 파출소 주변은 인근 젊은 사람들의 모임지였다. 젊은 나도 그 시절에는 지금의 힘든 인생과 미래의 꿈을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마흔이 넘어서 돌아보니 귀엽기만 했던 젊은이들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젊은이는 사라지고 없고, 유명했던 충장로파출소도 없지만.

 아직 충장로는 있고, 소주도 볶음밥은 아는 맛 그래로라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나이가 들었지만, 새로운 맛을 도전할 뜨거운 위장이있어서...


 오늘 생일 케이크를 한 접시 건네준 테이블에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주말을 보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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