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Oct 06. 2024

쭈꾸미 먹고 축제를 즐겨요

남원 <금성쭈꾸미>에서 체력을 보충하다

  10월의 퐁당퐁당 연휴에 남원도 축제가 있다. 드론과 흥부제라는 이색적인 컨셉의 주제인데, 역시 지역 축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주차장과 음식점이 아닐까? 아마도 전국의 휴식을 갖고 싶은 사람들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사람이 몰리는 축제에 함께 하고자 한다. 볼거리가 많은 것이 분명 끌리겠지만, 결국은 주차하기 편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같다.


  나도 오전에 농악단 경연대회 지원 나가고, 점심을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평소 먹지 못하는 쭈삼새를 먹어 보았다. 아마도 이것을 먹으면 오후 일정도 거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만큼 보양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쭈꾸미가 갖는 힘 아닐지.

  테이블에 나온 쭈꾸미가 양념이 되어서 밑에 깔려 있고, 삼겹살과 통통한 새우가 올라가 있었다. 아마 함께한 지인들이 좀 더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최고 매운 상태로 쿨피스를 시원하게 한 잔 했을 것이다. 다만 오후에 일정이 빠듯하니, 그건 다음으로 미뤘다.

  사실 나는 군산에서 평생 먹을 양의 쭈꾸미를 먹었다. 봄철에는 파출소 파견 시절에 매일 식당에서 쭈꾸미가 나왔고, 살짝 데친 쭈꾸미에 초장을 찍어 즐겨 먹었다. 그렇지만 볶음은 잘 먹진 못 했는데, 일단 낙지도 그렇고 오징어도 매콤하게 볶아 나오면 술을 부르는 맛임에는 비슷했다.

  재료가 익어가는 불판에서 두 개의 주걱을 서툴게 써가면서 볶아 본다. 역시나 옆 테이블에 사람이 더 현란한 스냅으로 주걱을 쓰는 것이  더 맛나 보였다. 비벼 놓으면 사실 다 같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사람의 손 끝에서 나오는 정성이 필요한 것 같았다.


  알싸한 깻잎에 쭈꾸미를 먼저 올려서 쌈장을 담아 쏙 입으로 넣었다. 역시나 씹히는 맛은 쭈꾸미가 제일이고, 부드러운 삼겹살과 탱글한 새우는 각각의 씹는 맛이 달랐다. 이래서 쭈삼새가 제일 비싼 메뉴였을까? 적당히 먹다가 한쪽에 치즈를 올려놓고는 쭈꾸미를 녹은 치즈에 찍어 먹었다. 녹아 버린 치즈가 쭉 늘어나서 돌돌 말아서 입안에 쏙 넣기를 반복. 역시나 살짝 더 매운 것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더 들었을 때는 이마 건더기가 별로 없었다.

  그렇게 후식을 뭘 먹을지 고민하는데, 사장님이 적극 추천하는 날치알볶음밥을 두 공기 시켜서 잘 볶아서 넓적하게 바닥을 태웠다. 역시나 탄소화물은 진리였고, 배부르다 했던 사람들도 그 서너 숟가락을 더 먹고는 만족해하는 것을 보니, 볶음밥이 후식의 절대 강자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특히나 입안에서 톡톡 거린 날치알 식감이 새로웠다.


  전날까지 감기 기운에 축 처진 몸상태를 잠으로 보충하긴 했지만, 역시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글날까지 어쩌면 푹 쉬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맛있는 것 드셔야 한다고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